맥 못 춘 야당의 '정권 심판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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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무 2패. 새정치민주연합이 최근 3년간 주요 선거에서 받아든 성적표다. 2012년 총선과 대선, 그리고 2014년 지방선거까지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지방선거전만 해도 야당은 승리를 점쳤다. 세월호 참사의 영향이 컸다. ‘무능한 정부 심판론’을 내걸어 민심을 얻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무승부였다.

 2012년 총선 때 야권은 ‘MB(이명박) 정권 심판’을 들고나왔다. 임기 5년차, 30%대로 지지도가 추락한 이 전 대통령을 공격하면 민심을 파고들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당시 선거를 앞두고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개표 결과 새누리당은 과반이 넘는 152석을 확보했다.

 2012년 대선 때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후보 캠프는 ‘이명박근혜 심판’을 꺼내들었다.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성공한 데다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려 나왔다”던 이정희 통진당 후보의 사퇴로 야권연대도 실현됐다. 하지만 결과는 또 다시 여권의 승리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사상 처음으로 과반이 넘는 득표(51.6%)로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도 야당은 광역 단체장에선 8(여):9(야)로 간신히 앞섰으나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 광역단체장 2석(경기·인천)을 내줬다. 기초단체장에서는 117(여):80(야)로 열세였다. 새정치연합의 관계자는 “바닥민심을 볼 수 있는 기초단체장에서 완패했다. 누가 누구를 심판한다는 것이냐”고 자조적인 말을 했다.

 잇따른 ‘정권 심판론’이 실패로 끝나자 야권 일각에서는 ‘심판론’이라는 프레임 자체를 바꿔야 할 때가 왔다는 자성론이 일고 있다. 야권의 불모지인 대구시장에 나갔다가 40.3%의 득표율로 석패한 김부겸 전 의원은 6일 통화에서 “심판론은 이제 구시대의 프레임이다. 국민들은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관심이 있는데 우리는 계속 ‘상대가 뭘 잘못했다’는 얘기만 한다”며 “과거 독재정부를 무너뜨리던 30년 전 프레임에 머물러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혁신해야 할 대상은 야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책 어젠다로 국민에게 호소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심판론’ 프레임은 세상을 선악의 이분법으로 보는 1987년 체제의 시각이 담겨 있다”며 “기존 지지자들은 만족시키지만 확장성이 부족하다. 과거 여권을 찍은 유권자들을 등돌리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도 “야권이 승리한 2010년 지방선거의 경우 ‘4대강 심판론’을 표면에 내세웠지만 선거 판도를 좌우한 건 ‘무상급식’이라는 정책 어젠다였다”고 지적했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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