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스타벅스 낳은 시애틀, 무엇이 다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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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작은 도시 큰 기업
모종린 지음
RHK, 300쪽, 1만4000원

스타벅스와 나이키, 이케아와 네슬레의 공통점은? 세계를 호령하는 일류 기업들이다. 하지만 그렇게 대답하면 50점짜리다. 이 기업들은 한결같이 중소도시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 책의 출발선이다. 가령 스타벅스의 고향 시애틀은 영화(‘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로, 대중음악(‘너바나’)으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그러나 순수하게 시 경계 안에 사는 인구는 60여만 명에 불과하다. 미국 내 20위권이다. 나이키의 포틀랜드, 이케아의 알름훌트 등도 분명 대도시는 아니다.

중세 봉건제에 뿌리를 둔 오랜 지방자치의 전통을 떠올리면 굴지의 외국 대기업이 지역에서 나왔다는 게 새삼스러울 건 없다. 하지만 저자인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각 도시 특유의 라이프 스타일이 세계적인 대기업을 배출한 토양이라는 데 주목했다. 우중충한 날씨 탓에 발달한 시애틀의 커피 문화, 아웃도어 스포츠 발달을 가능케 한 포틀랜드의 녹색 환경 등이 관련 기업 성장의 문화적 자산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책은 도시 방문기 성격으로 시작하지만 산업·문화적 관찰을 그 속에 녹였다. 테이스터스 초이스, 네스카페 등으로 유명한 네슬레의 고향인 스위스 도시 브베의 경우 채플린과의 인연, 종교 다양성, 미국 작가 헨리 밀러의 소설 『데이지 밀러』와의 관련 등을 소개하는 식이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은 히피 문화 덕에 자연식품 거대기업인 홀푸드마켓이 탄생했고, 일본 교토는 스스로 최고 도시라고 생각하는 ‘교(京) 문화’ 덕에 알짜 기업 교세라가 성장했다고 진단했다.

책에서는 모두 7개국의 10개 기업을 다룬다. 탄탄한 산업 인프라와 개인의 창의성이 선순환하는 이들 작은 도시들의 경제 생태계가 한국 경제가 나갈 길이라고 강조한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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