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8)제58화 문학지를 통해 본 문단 비사|50년대"문예"지 전후-조광현(5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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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추천 받은 문인>
「문예」와「현대문학」의 두 잡지를 통해서 추천을 가장 많이 한 분은 시에 서정주 ,소 설에 김동리, 그리고 평론에는 나였다.
나는 모두 38명을 추천했으며 최초로 추천 받은 사람은「문예」때의 천상병 이었다. 6· 25후의 일이었는데 아직 나이가 너무 젊다고 마땅치 않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김양수는「문예」에 1회의 추천을 받았으나「문예」가 폐간되는 바람에 추천완료의 길이 막혀 있다가「현대문학」이 창간되어 추천이 완료되었다.
그러니까 천상병은 내가 추천한 최초의 평론가이고, 김양수는「현대문학」의 평론부문에서 추천을 완료한 최초의 평론가가 된다.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 두 사람에 대한 기대가 아주 컸다. 두 사람 다 병약해서 왕성한 활동을 하지 못한 것이 늘 아쉬웠지만, 최근에 와서 천군은 평론 쪽보다는 좋은 시를 쓰는 시인으로서 좀더 부각되어가고 김양수는 그래도 쉬지 않고 월평이나 작가론 같은 것을 계속해 주고 있어 나의 기대는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다.
평론의 추천을 받아 문단에 등장해 가지고 다른 길로 들어선 사람도 몇 사람 있다. 신봉승씨는 처음에는 유치환 씨에게 1회 시의 추천을 받고 평론으로 방향을 돌리겠다 하여 나에게 평론의 추천을 받아 문단에「데뷔」했는데, 곧 평론은 쓰지 않고 영화「시나리오」쪽으로 아주 방향을 바꿔 버렸다. 송기숙씨는 나에게 평론추천을 받은 후 곧 소설가로 나서고 말았다.
청상병에 대하여 그랬던 것처럼 이 두 사람의 방향전환에 대해서도 나는 조금도 달리 생각하지 않는다. 문단 등장 때의 전공이 무엇이든 사기의 기호와 소질에 맞추어 자신을 보다 더 폭넓게 발전시켜 나가는 일은 조금도 탓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추천한 사람 중에서 추천을 받고 2, 3년밖에 활동을 하지 못하고 사망한 사람이 있다. 지금은 거의 이름조차도 문단에서는 잊혀지고 있지만 김종후 군이 그 사람이다. 한때 스님이 되어 사찰에 가 있었는데 그의 죽음은 애석하기만 했다. 그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뒤늦게야 전해듣고 짧은 글이지만 추도문을 쓴 일이 있었다.
김종후는 단명해서 내 추천이 무효가 된 것처럼 되어 버렸지만 추천을 끝내고 외국으로 가 활동도 소식도 없는 사람으로서 김송현이라는 사람이 있다. 추천이 끝나자 곧바로 해외로 나가 소식조차 없으니 지금 문단에서는 그도 잊혀진 사람의 한사람이 되었다. 6, 7년 전 까지만 해도 가끔 편지를 주었지만 이때까지의 침묵은 추천 받은 의미를 거의 상실케 하고있다. 그의 재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추천한 사람은 정태용씨였지만 실질적으로는 내가 추천한 것과 다름없는 사람은 김시태 군이다. 김군도 내 추천을 원했으나 정태용 형에게 추천여부를 맡긴 것은 김군이 대학에서의 내 제자였을 뿐 아니라 대학원에서도 내가 지도교수가 되어 있어 딴 사람들이 혹시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몰라 그렇게 했었다.
그는 얼마 전 박사학위까지 받았는데,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이 밖에도 신동욱 김윤식 김운학씨 등이 있다. 신동욱씨의 경우는 김시태군의 경우처럼 그 학위심사에 나도 관련이 되었지만 이 사람들의 정진은 나를 아주 자랑스럽게 해주고 있다.
내가 추천한 사람중에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최금산 씨가 있다. 미국에서 투고된 것이었는데 추천이 끝난 다음에야 수필가 최백산 씨의 친동생인 것을 알았다. 최백산 형과는 기원에서 가끔 만나 바둑도 두고 하는 사이인데 추천이 끝날 때까지 최백산 씨는 아무 말이 없었다. 추천이 끝난 다음에야 자기 동생이라는 사실을 말해 주었다.
추천이란 비밀고시와는 다른 것인데 너무 지나치게 결백 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대부분의 평론가들이 대개 그런 것처럼 내가 추천한 사람들도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정창범 윤병노 김우종 감운학 천이두 신동욱 박철희 김윤식 윤경수 송기숙 김영기 송백헌 김시태 이선영 김용태씨 등 모두가 대학 교수직에 있다.
이것은 이분들이 문학 평론가로서만 활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학문적인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단에서는 물론 학계에서도 그들의 업적이 나타날 때마다 나는 하나의 보람을 느낀다.
중·고등학교나 출판사·문화 단체 또는 신문사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김상일 김병걸 원형갑 천승준 이유식 조병무 송상일 강성천 전영태 장문평 김병택 김인환 제씨들이다.
지금까지 내가 추천한 사람들 중에서 대학에서의 제자였던 사람들은 5, 6명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들 외에는 거의가 추천될 때까지 서로 몰랐던 원고로서만 대했던 사람들이다. 이밖에 내가 추천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내가 추천한 것과 다름없는 사람으로 윤재근씨 같은 분이 있고 평론이외에도 한성기씨와 같은 그러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신문의 신춘 현상문예 심사에서 내 눈을 거쳐 나온 사람들도 더러 있는데, 별 활동이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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