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담배꽁초 갖고 놀던 어린이 데어|어른들 무관심 원망스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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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장마도 걷히는 듯하여 3세된 막내를 밖으로 나가 놀게 했습니다.
제 또래들하고 오랜만에 좋아라고 놀기에 잠깐 눈을 돌린 사이 갑자기 자지러지는 울음소리에 달려가 보니 왼쪽 볼에 까만 재가 묻어 있었습니다.
얼른 닦아주고 살펴보니 가운데가 하얗고 주변이 빨간 둥근 상처가 나 있었습니다.
같이 놀던 다섯 살 짜리 여자아이가 땅에 떨어진 채 꺼지지 않은 담배꽁초를 주워서 얼굴에 문질렀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어린아이가 그런 끔찍스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보다, 아무데나, 그것도 끄지 않은 꽁초를 던져 버리고 가는 어른들의 무관심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오늘도 나는 시장 가는 길에 연기를 내고있는 담배꽁초를 몇 번이고 흔적이 없어질 때까지 문질러 버렸습니다. 순간의 부주의에서 생길 수 있는 사고를 막고 우리 아이와 같이 고통받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비는 마음뿐입니다. <김태경·서울 성북구 석곶동 292의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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