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충청 패색 짙어지자 실망 … 부산·인천 앞서가면서 기대감 높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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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 성적표를 받아들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당초 여야의 예상대로 박빙 승부가 펼쳐지며 밤늦게까지 개표 결과를 손에 땀을 쥐며 지켜봐야 했다.

 청와대는 이날 신중하게 결과를 지켜봤다. 역대 지방선거가 ‘여당의 무덤’으로 불릴 만큼 여권에 불리하게 치러졌고,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여권에 호재도 없었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하지만 출구조사 발표 직후에는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에 놀랄 일이 아니다”면서도 “선전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개표가 진행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 모두 승리했던 충청지역 상당수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실망하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초박빙 양상이었던 인천에서 개표 초반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가 상당히 앞서고, 경기(남경필)와 부산(서병수)에서도 선전하자 승리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유 후보는 친박근혜계 핵심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청와대에선 선거가 임박하자 17곳의 광역단체장 중 새누리당이 9곳 이상 차지한다면 전체적으로 승리로 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과거 5번의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여당이 광역단체장 8~9곳을 가져가는 건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볼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권 3년차에 치러진 2010년 지방선거에선 여당인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이 전체 16곳 중 6곳(37.5%)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다. 청와대는 이날 밤늦게까지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개표가 박빙으로 진행돼 입장을 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투표를 한 뒤 곧바로 관저로 이동해 선거 상황을 지켜봤다고 한다. 참모들도 청와대에 남아 있기보다 저녁식사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가 개표방송을 봤다고 한다.

 청와대는 5일 평소보다 30분 빠른 오전 7시30분 김기춘 비서실장 주재의 수석비서관회의를 연다. 지방선거 민심에 대한 후속 대책을 논의하고, 선거 결과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도 정리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가유공자와 유족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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