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감의 색상 더 세련될 수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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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염료와 염색기술이 새삼 문제되고 있다.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국산섬유제품이 국제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는 이유 중 가장 으뜸이 고르지 못한 색상 때문이라는 풀이가 있다. 우리가 입는 옷이 어쩐지 외제보다는 세련되지 못하다는 느낌도 마찬가지.
아무리 잘 짜여진 옷감이라도 염색상태가 나쁘면 저질로 보이게 마련이다. 우리의 염료와 염색기술의 낙후성은 무엇 때문일까. 좀더 세련된 색상을 낼 수 는 없을까. 문제점은 무엇인가. 전문가들에게 알아본다.
염료는 화학공업의 근간으로 서독의 훽스트 바이엘 BASF, 스위스의 시바가이기 산도스, 영국의 ICI, 미국의 뒤퐁 등 세계굴지의 화학회사들도 모두가 염료에서부터 시작.
오늘의 대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지금도 매상고는 각기 전체의 10∼15%나 되고 있다.
과거에는 식물이나 곤충에서 염료를 뽑아서 사용했으나 19세기중엽 합성염료가 등장한 이래 천연염료들은 점차 합성염료로 대치되어 현재는 약3천 품목에 6천 여종이 생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35개의 염료회사가 연 5천t(약 2천만 달러)정도를 생산하고 있으나 거의 모두가 극히 영세한데다 생산염료도 직접염료·산성염료·염기성염료 등 저급품으로 선진국에서는 한물간『19세기 염료』나 공해 원·발암 원이라 하여 생산금지가 되고 있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용도가 넓고 고가 품인 분산염료(폴리에스터 등 합성섬유용)나 건염 염료(바트 염료·면 등 식물섬유용)등 고급염료는 전혀 생산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안감 지나 학생복지·민방위복지·제지·피혁용으로나 쓰일 정도다.
각종 고급옷감이나 군 복지, 수출제품에는 모조리 수입염료를 쓰고 있는 것이다.
수입염료는 77년의 경우 6천5백15t(5천7백64만 달러)으로 일본·서독·미국·영국·스위스에서 대부분 들여오고 있다.
염료는 색상 자체가 고와야 함은 물론이지만 일광이나 땀 마찰 세탁에 강한 말하자면 견뢰도가 높아야 하는데 이런 조건을 갖춘 고급염료 일수록 합성기술이 굉장히 복잡하고 어렵다.
그러나 염료기술이 어렵고 또 외국회사들이 기술을 팔지 않는다 해도 염료업계나 당국 또는 대기업들이 정밀화학공업에 대한 관심만 가진다면 염료의 국산화는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우선 현재생산이 안되고 있는 유기중간 체의 생산부터 착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따라 지난4월 KIST에 염료화학연구실이 신설되어 염료 중간 체와 고급염료의 국산화를 위해 이미 기초자료 조사를 끝내고 7월초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한편 염료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염색공업기술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리나라는 실을 뽑는 기술은 외국의 70%, 베 짜는 기술은 50∼60%이상 따라가지만 염색기술은 30%밖에 못 좇아간다고 한다.
현재 4백여 개의 중소염색회사가 난립해 있는 데다 기술이나 시설이 거의 원시적이다.
당장 교체해야 할 염색기계가 30%를 넘는데도 자본의 영세성으로 그대로 쓰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섬유개발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부가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염료·염색기술의 향상에 당국과 대기업의 적극 참여가 아쉽다.

<도움말>
▲채영복씨(KlST응용화학 연구부장) ▲윤찬식씨(동섬유화학 연구실장) ▲박상우씨(동염료화학 연구실장)▲김만길씨(이화산업 전무)▲한국염색공업협동조합 연합회.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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