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신3C」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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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슈테른」이나 「파리·마치」등 외국잡지를 뒤적이면 가정일요공작기구 광고가 자주 눈에 띈다.
전기톱에서 송곳·망치에 이르기까지 한「세트」가 알맞게 나무상자에 들어있는 사진도 곁들여 있다.
이 기구는 일요일 같은 날 집안에서 손쉽게 가구를 만들고 수선하는 도구들이다.
구미에서는 굉장한 인기품목이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샐러리맨」들에게 유행된다는 「신3C」상품을 보면 이 일요공작기구가 30대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
「신3C」란 쾌적(Comfortable), 편리(Convenience), 청결(Clean)의 두 문자들.
한창 고도성장을 누린 일본의 「샐러리맨」들이 「3C」시대(「카」·「클러」·「컬러」TV)를 지나 안정단계에서 「신3C」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구「3C」시대엔 남에게 뒤떨어질세라 사들이기에 바빴다. 하나라도 빠지면 앞서가는 대열에서 낙오될 것만 같아 초조하기조차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신3C」의 유행은 자기 나름대로의 적절한 품목을 개성 있게 골라 자신의 안락을 적당히 즐길 줄 아는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강박상태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편리를 위해 필요한 것을 사는 것이다.
일요공작기구를 보더라도 신통찮은 솜씨지만 창안과 노력에서 기쁨을 찾자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신3C」시대는 땀흘려 자신을 찾는 「자기수련의 시대」라고 한 사람이 있다. 일종의 자기회복이다.
우리는 무슨 시대에 있는 것일까.
사재기·몽땅 털기 등 환물심리에, 최근 이사한번 준비 안한 아내는 양처가 아니라고 서슴없이 내뱉는다.
부부가 모처럼 마주앉으면 부동산투자로 돈번 이웃얘기, 앉으나 서나, 다방이나 사무실이나 「아파트」·부동산·부동산·「아파트」…. 나의 행, 불행이 이웃의 처지로 좌우된다. 우리에겐 정신적인 「클린」(Clean)운동이 있어야할 것 같다. <양태조 외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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