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에 묶인「통계용」구두 값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당국의 물가안정정책에 순응하여 남화(8천3백원), 여화(7천3백원)를 다량 진열, 판매하고 있읍니다.』
서울 중구 명동의 금강·「슈발」·「에스콰이어」·「엘칸토」등 유명제화점 마다 모두 게시돼 있는 이 안내문은 당국의 물가정책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한 예다.
한 달에 한번씩 한국은행이 조사, 발표하는 물가지수에 잡히는 구두 값이 바로 이 안내문의 남화 8천3백원·여화 7천3백원.
한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구두가 차지하는 가중치는 남화 3.3, 여화 2.7로 합계 6.0(가중치 전제=1천)이므로 구두 값이 10%오르면 물가지수는 0.6%가 오르게된다. 요즘 신을만한 구두를 사려면 1만원 이상 주어야 한다는 것은 소비자의 상식에 속한다.
제화업계에 따르면 당국에서 물가단속반을 동원하겠다는 엄포에 못 이겨 이 안내문을 게시했고 또 진열, 판매도 하고 있으나 실제 이 가격의 구두를 찾는 고객은 하루에 한두 사람 있을까 말까 라고 말한다.
【사진=최재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