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걸리는 대영 도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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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런던」시내 「핀즈버리」광장 옆에 서 있는 영국 우정청 정문 앞에는 최근 다음과 같은 공고문이 나붙었다. 『이 「빌딩」앞에 목책을 세울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이 계획에 반대의견이 있는 분은 3주안으로 이의를 제기하기 바랍니다.』
또 「런던」남쪽 「템즈」강 기슭에는 16세기 「헨리」8세가 살던 「햄프턴·코트」성이 자리잡고 있다. 이 성 옆에는 조그마한 기차역이 서 있는데 이 지역 구청은 역 건물을 옆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관광「호텔」을 지을 예정.
그러나 세부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구청은 『이의 있는 사람은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의견을 3개월 안에 제출하시오』라는 회람을 돌렸다.
영국의 건축법에는 「일정기간 계획을 공개해서 문제를 사전에 해결하도록」규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관청건물은 물론 개인주택이라도 그것이 다른 사람이 공유하는 조경이나 통행로에 지장을 주거나 못마땅한 점이 있을 경우 마음대로 손을 못 대게 되어있다. 다시 말해서 건축허가의 열쇠는 행정관리가 아니라 시민들이 쥐고있는 셈이다.
건설공정도 높은 분의 기분이나 독촉으로가 아니라 건축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하나하나 검토에 검토를 반복해서 완성된다.
그래서 영국에서의 건설계획은 모두가 굉장히 오래 걸린다. 두달 전에 발표된 대영 도서관 신축계획은 완공 일자를 20년 후로 잡고있다.
「런던」남부에 「하이킹」도로를 확정하는데 5년이나 걸렸다. 최근 완공된 4억「달러」짜리 「홀암서」국립병원은 20년전에 착공된 것이다.
영국의 굼벵이 식 건설을 『발전성 없다』고 웃어넘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몇백년이 넘는 건물과 도로를 오늘날에도 고스란히 간직해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은 모든 계획을 백년지계로써 추진한다는 영국사람다운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날림공사로 말썽많은 한국과는 인상적인 대조를 이룬다. <장두성 런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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