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급등-시설재 도입 부담 가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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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월 서방 7개국 경제 정상 회담에서의 동경 「라운드」 (다각적 무역 교섭)의 완전 타결을 앞둔 미국 측의 「엔」에 대한 집중 공세로 「엔」의 「달러」 환율이 2백「엔」선에 육박함에 따라 우리 나라는 섬유를 중심으로 한 경공업 수출 경쟁력이 한층 유리해진 반면 일본에서의 시설재 도입의 부담이 늘게 됐다.
21일 미「달러」화는 동경 외환 시장에서 드디어 2백10「엔」대가 깨어져 「달러」당 2백9「엔」80「센」을 기록, 최저 시세를 보였다.
지난해 연말부터 예상되던 2백20「엔」선은 의외로 빨리 무너져 2백「엔」선에 육박, 「달러」화는 지난 18개월 동안 30% 이상이나 하락하게 됐다.
20일 「달러」화는 동경뿐만 아니라 「런던」에서도 개장과 함께 2백10·38「엔」으로 까지 하락했으며「 홍콩」에서는 2백11·70「엔」, 「싱가포르」에서는 2백10·80「엔」에 각각 종장 되었다,
그러나 「엔」이 주요 외환 시장에서 급등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마르크」나 「스위스·프랑」 등 기타 강세 통화는 큰 변동을 하지 않고 있어 미국의 「엔」 공격이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
외환 전문가들은 이 같이 「엔」화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일본의 막대한 무역수지흑자가 감소 추세를 보이지 않는 것을 배경으로 ①이제까지 곡물·금 등 상품 투기에 이용되던 미국의 「시카고」 투기 자금이 「엔」 매입을 노려 외환 시장에 유입되었고 ②동경에 있는 미국·서독·스위스 은행이 외환투 기를 조장한데다 ③일본 국내 업자들도 수입보다는 수출에 열중, 수출 예약이 수입 예약을 70∼80%나 상회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전문가들은 「엔」 급등의 전망에 대해 현재는 「엔」만이 집중 공격을 받고 있으나「엔」과 「마르크」, 「스위스·프랑」과의 균형 선이 2백10「엔」인 것을 감안하면 2백「엔」이하로까지 「달러」가 떨어질 경우에는 「마르크」·「스위스·프랑」이 같이 오르게 되어 미국의 일방적인 공략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엔」 급등이 우리 나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련 업계는 섬유류를 비롯한 신발류·타이어 및 튜브·도자기 및 타일 등 일부 경공업 제품의 수출 경쟁력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는데 실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신용장 내도 상황을 보면 「엔」 급등으로 일본의 섬유 수입 선이 대부분 우리 나라와 「홍콩」 등지로 전환되어 섬유류는 LC내도액 증가율이 31·9%를 기록, 전체 수출 LC내도 증가를 주도했다.
반면 지난해에 일본에서 들여 온 기계류 수입은 18억「달러」에 달했는데 이 시설재 도입부담이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정부 당국은 기계류 도입 선이 경쟁을 보일 경우 구미 지역에 우선권을 주는 등 대일 기계류 수입을 억제하는 등 대책을 마련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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