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 문제의 현상 동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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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OPEC (석유수출국기구) 총회는 현 국제 원유 가격을 연말까지 유지하고 원유 대전 결제에 「달러」화를 그대로 쓰기로 합의함으로써 유가 문제의 「현상 동결」이 확정되었다.
물론 이번 OPEC 총회에서도 많은 파란이 있었다. 「알제리」「이라크」등 일부 강경국들은 유가 인상을 강력히 주장했으나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현상 동결을 고집하고, 「이란」이 이에 가세함으로써 유가 문제는 연말까지 동결 상태에 들어간 것이다.「사우디」의 현상 동결 관철은 대미 무기 구입 등 정치적 배려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 유가는 77년 하반기부터 적용된 것이므로 유가가 1년 반이나 고정되는 셈이다. 그 동안의 세계 「인플레」와 「달러」화의 하락을 생각할 때 유가는 실질적으로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알제리」나 「이라크」가 이번 유가 인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온 것도 충분히 근거가 있는 것이며, 내년엔 소폭적이나마 유가가 오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유가 동결의 주도 역할을 했던 「야마니」「사우디」 석유상도 80년 대폭적인 유가인상을 피하기 위해선 내년에 단계적 소폭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세계적 경제 침체 때문에 석유 수요가 늘지 않아 원유 값이 소강 상태에 있으나 장기적으로 볼 때 원유 값은 점차 올라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원유가 소강 상태를 구조적인 것으로 오인하여 「에너지」 절약 노력을 소홀히 하거나 대체 「에너지」 개발을 중단해선 결코 안될 것이다.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 그 동안의 유가 안정 때문에 「에너지」 문제에 대해 너무 방심하는 듯한 감이 짙다.
더우기나 우리 나라에선 현재 유류 대체가 강력히 장려되고 있는데, 과연 80년대까지도 이것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깊은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에너지」 값이 계속 올라갈 때만해도 열 효율의 제고나 「에너지」 절약에 대해 깊은 관심이 경주되더니 최근엔 그런 노력조차 점차 희박해지는 것 같으며 이번의 유가 동결이 그런 「무드」를 더욱 조장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그렇지만 모든 정세를 볼 때 유가는 계속 올라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인식 아래 절약 노력을 더욱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또 최근의 유가 동결이 물가 안정 기반을 정착화 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선용하기는커녕 오히려 물가 광난 사태를 빚은데 대해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오일·쇼크」 이후 원유 값을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값의 상승이 국내 「인플레」를 주도해 왔고 이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정책 대처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77년 하반기부터 유가가 동결되어 국내 물가 안정의 기틀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물가가 가장 동요되었다. 만약 이러한 물가 동요에 내년부터 유가 인상이 가세된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따라서 유가가 동결되는 금년 말까지 물가 동요를 어떻든 진정시키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국내 통화 팽창으로 인한 초과 수요 「인플레」에다 유가 인상의 「코스트·푸시」까지 겹치면 물가는 그야말로 파국적인 것이 될 것이다.
금년 말까지의 유가 동결을 국내 물가 파국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유예기간으로 보고 과감한 안정화의 결말을 촉구하는 바이다. 정책 대응의 실기가 없도록 한번 주의를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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