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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괴군용선 승무원의 송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달 19일 우리 영해를 침범했다가 동해안 거진앞 바다에서 격침된 북괴군용선의 생존승무원 8명이 13일 송환되었다.
이 북괴군용선은 속초 남쪽 27km해안으로부터 2.5해리 해상까지 들어왔다가 우리 해군함정의 정선명령에 불응하고 오히려 총격을 가하며 달아나다 격침된 것이다.
북괴는 평소에도 간단없이 간첩선을 어선으로 위장, 침투시켜 왔다. 게다가 이번 경우에는 우리 영해를 명백히 침범하고서도 우리 해군함정의 국제기준에 의한 정선명령을 어기고 오히려 총격을 가해오기까지 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면 그 괴선박은 북괴의 무장간첩선으로 판정될 수밖에 없다. 또 비록 간첩선이 아니더라도 영해를 침범한 괴선박이 적절한 정선명령에 불응하고 적대 총격행위까지 가해 오는 경우 연안국은 나포·격침 등의 자위수단을 행사할 권리가 생긴다.
따라서 우리의 해군함정이 총격을 해오는 북괴의 괴선박에 응사를 가해 격침시킨 것은 당연한 자위권의 발동으로 하등 비난의 여지가 없다.
더구나 조사결과 격침된 선박은 어선도 아니고 북괴 인민 무력부 직속 제612전차 수리공장에 소속하는 군용선이라지 않는가.
다만 영해를 침범했던 북괴선박이 고분고분 정선명령에 응했더라면 격침 당해 상당수의 승무원이 사망하는 사태에 이르는 일까지는 없었을걸 하는 아쉬움도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의 어선을 간첩선으로, 피랍 항공기를 귀순기로 조작하여 탑승자를 억류해온 그들의 감각으로서는 그러한 생각조차 하기가 어려웠을는지도 모르겠다.
북괴공산집단은 공해 상에 표류 중인 그들의 어선을 우리 쪽이 격침시킨 것처럼 허위모략선전하기에 앞서 실수로라도 월경했을 경우 상대방에게 적대행위를 하지 말고 지시에 따르도록 하는 자체교육부터 철저히 시켰어야 할 것이다.
아뭏든 이번에 우리 정부가 생존한 승무원 8명을 송환키로 한 것은 주목할만한 조치다.
조사결과 격침된 무장선박이 간첩을 침투시키려던 것이 아니고, 안개 때문에 항로착오를 일으킨 것이었다는 점을 생존승무원들이 해명하고 사죄한 것이 이번 송환조치의 배경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 선박이 어선이 아니라 군용선이며, 영해침범이 불가항력이 아닌 과실에 기인했고, 더구나 정선명령에 불응하고 총격까지 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들은 응당 우리 국내법에 의해 처벌되어 마땅한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송환한 것은 순전히 우리측의 인도적인 배려 때문이다.
게다가 북괴공산집단이 그들의 모든 선전기관을 총동원해 이 사건에 관해 모략선전을 해대고 있는 마당에 이렇게 인도적 조치를 베풀 수 있다는 사실은 도덕적으로 그들보다 단연 우위에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평양 측은 우리의 이러한 뜻을 오해해선 안 된다. 그들이 이 뜻을 올바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오히려 남북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선의의 이니셔티브를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면 대 내외의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 싯점에서 우리는 평양 측이 그 동안 납치 억류해 두고있는 4백49명의 우리어부 및 여객기 탑승자에 대해 과연 어떠한 조치를 취하려고 할는지 그 귀추를 주시해 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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