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또 일어난 민간 잠수사 사망 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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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세월호 구조작업 중 또 한 명의 희생자가 나와 우리를 침통하게 한다. 민간 잠수사 고 이민섭(44)씨가 실종자 수색을 위해 선체의 창문 절단 작업을 하던 중 사고로 사망했다. 이미 민간 잠수사 고 이광욱씨가 구조작업 중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음에도 두 번째 희생자가 나온 것이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지난달 31일 민간 잠수사의 안전을 관리하겠다며 원로 민간 잠수사를 단장과 부단장으로 하는 ‘잠수사안전지원단’을 구성했지만 뒤늦은 감이 있다.

 특히 이번 사고와 관련해선 사망한 이씨가 잠수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대책본부가 사고 초기에 신원 파악조차 못 하는 등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 또 다른 논란이 일었다. 구조작업 인력에 대한 안전대책뿐 아니라 관리조차 소홀하지 않으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해경 측은 “심해 잠수를 할 수 있는 잠수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일단 숨진 이씨의 경우 20년의 경력이 있고 심해잠수가 가능한 인력이라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진도 현장의 본지 취재기자는 “사고 초기엔 민간 잠수사들이 전국에서 몰려와 인력이 풍부했지만, 구조작업 50일이 다 되어가면서 지금은 일할 사람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제 남은 실종자 16명의 경우 손으로 더듬어 찾을 수 없는 곳이나 선체 내 가구더미 등에 묻혀 있을 가능성 때문에 먼저 선체를 절단한 뒤 집기를 들어내고 수색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런 고도의 심해 작업을 할 수 있는 경험자나 전문 인력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책본부는 “앞으로 선체절단 작업에 위험한 산소아크공법 대신 쇠톱을 사용하는 안전한 공법을 활용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가 장기간 수색으로 현장의 피로감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앞으로 같은 사고가 재현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게 답답하다. 이번 사고 소식에 남은 실종자 가족들도 충격을 받고, ‘희생자에게 미안하다’며 침통해하고 있다. 세월호의 비극이 또 다른 비극으로 이어지는 이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