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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진 간첩선과 북괴의 역선전|강재륜<동서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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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북괴는 동원 가능한 산하단체들과 모든 선전·선동매체들을 총동원해 지난 5월18일 거진 앞 바다에서 우리해군 함정에 의해 격침된 무장 간첩선이「평화적 고깃배」였다는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속초 20㎞남방에서 육지에 2「마일」까지 접근해 무장간첩을 상륙시키려다 덜미가 잡히자 북괴는「기관고장으로 공해상을 표류 중」이었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 괴선박은 격침되기 전「구조요청의 신호」를 보냈던 것이 아니라 우리 해군함정의 정선명령에 불응하고 되려 선제 총격을 가하며 동북방으로 도주, 무려 3시간여의 교전 끝에 그 선체는 격침되고 배에 탔던 간첩 8명이 생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괴는 선체가 침몰되어 물적 증거가 없어진 것을 이용하여 도발의 책임을 뒤집어씌우려 하고 있다.
오늘까지 우리어선 방적과 4백5명의 어부를 아무런 이유 없이 강제 억류하고 있는 북괴가「인도주의」를 들먹이며 간첩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으니 과연 적반하장이다.
그들이 그런 선전을 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 사건으로 입은 손실이 컸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다.
때마침 화국봉·「차우세스쿠」등을 평양에 끌어들여 평화선전의 공소동을 벌이던 막간에 그 호전적 정체가 드러났고 주한미군철수계획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이 우려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발을 감행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도 있었다. 이번 도발은 사건이 있기 하루 전에 실시된 통일주체 국민회의 대의원선거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선후관계로 보면 북괴는 이 선거에 앞서 갖은 모략과 불온한 선동을 자행한 뒤 마침내 선거 1일 후에는 간첩남파를 기도하기에 이르렀는데 이것은 소위「선거후유증」을 조작하기 위한 것같이 보인다.
좀더 길게 보면 남북대결에서 나타나고있는 남북격차의 계속적 확대가 북괴로 하여금 불안과 공포에서 모험을 저지르게 할 위험성도 있다. 남한의 신장하는 국력과 자주국방은 앞으로 80년대 초반에 가면 북괴가 다른 모든 부문을 희생시켜가며 고수하여 온 군사력의 우위까지도 지워버리고 오히려 우열역전의 전망이 뚜렷하다. 모든 경세를 유리하게 보려는 북괴의 균형감각으로도 자신의 열세를 시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면, 그때의 모험은 경제파탄·권력층의 암투 등 누적된 내부 모순을 해소시키려는 잔꾀에 불과한 요즘의 도발과는 성격을 판이하게 달리하는 것이 될지 모른다.
더구나 전쟁준비단계에서 전쟁도발단계에로의 전환이 아무데도 구처를 받지 않고 김일성 1인의결정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도 외세의 견제나 억제력이 풀리는 앞으로의 한반도사태는 예측을 불허하는 불안정, 바로 그것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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