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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교수「스카우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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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교부 대학설치 기준령에는「한학과에 9명 이상의 전임, 한 교수가 주9시간 강의」가「기준」으로 돼있으나 현재 여기에 맞출 만큼 교수를 확보하고있는 지방대학은 한곳도 없다. 물론 서울도 교수부족이 항상 문제가 되고 있지만「지방」만큼 심각하지 않다. 지방의 거의 모든 대학이 소위「정원미달」이며 그 부족수도 엄청나다. 『3배 이상 충원돼야 한다』고 대학마다 당면목표를「교수확보」에 두고 있다.
특히 자연계열 교수는「도저히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 각 대학의 큰 고민이다. 이미 있었던 교수도 각 기업에 이사나 고문으로 전직하는가 하면 공고교사들도 기업에「스카웃」돼 대학으로 오려는 사람이 없다.

<자연계가 더욱 심해>
인력은 모두 서울에 있고, 특히 연구시설이 좌우하는 자연계는 연구자들이 시설과 정보가 어두운 지방대학에 있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강의 대형화, 한 강의에 1백 여명의 학생을 모으는 편법이 나왔지만 그러나 매년 늘어나는 학생 수에 따를 수가 없다.
이러한 심각한 교수부족을 메우기 위해 벌써 10여년 전부터 교수「스카웃」이라는 말이 지방대학에선 유행어처럼 돼버렸다.
첫째는 수의 확보지만 그러나 무엇보다 대학으로서의「이름」을 세우기 위한 실력 있는 교수의 유치가 대학마다 목표가 돼왔다. 그래서『박사「스카웃」』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한다.

<박사 40명을 확보>
지방대학들의 교수「스카웃」은 대개 3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첫째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거나 해외대학에 재직하는 교수를 귀국시켜 모셔오는 경우 그리고 국내교수, 주로 서울의 교수들을 상대로「좋은 조건」을 붙이는 교섭, 다음은 최근서울대서 효과를 본 공개채용이다.
해외박사「스카웃」의 선봉은 대구계명대, 지난 54년 개교이래 줄곧 벌여온 결과 현재 40명 가까운 해외박사가 강의를 한다. 지난 72, 73년에는 당시 학장이 직접 박사「스카웃」세계일주 여행을 하여 재외한국인 학자들을 매년 5, 6명씩 유치했고 현재도 유학교수들을 통해 꾸준히 교섭중이다. 『도와「로고슨』『아버지와 아들』등 논문으로 유명한 불 국가박사 하 변규룡 교수(44·철학·신학박사)도 작년에「파리」대 강의를 포기하고 계명대로 옮겼는데 이 대학의 철학과에는 미「미시간」대학출신 신오현 박사, 「스위스」「바젤」대 신귀현 박사, 서독「튀빙겐」대 백승균 박사가 강의하고 있어 해외박사「스카웃」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계명대의 해외박사「스카웃」은 대개 여비·사택제공에 배우자의 직업을 학교에서 알선해준다는 조건. 다른 사립대에서도 비슷한 조건을 내걸고 있지만 대부분 귀국한 박사들에게 손을 뻗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의 교수들을 지방으로「스카웃」하는 일은 육성책 발표 후 더욱 활발해져 새학기마다 교수이동이 화제가 되고있다.
지금까지 정년 퇴직 후 유명교수들이 낙향하던 경우는 없어지고 대신「신진」과「중견」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신설과에는 서울의 중진교수들이「새로운 길을 개척하겠다」는 의욕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Y대는 중문과를 설치하면서 서울D대 교수 3명을 동시에 모두「스카웃」하려는 움직임인데 이러한 중진교수가 옮기는데는 뒤따라 그 제자들까지 합세하기도 한다.
지난 2, 3년 사이 이렇게 지방대학으로 옮긴 서울의 교수는 2백 여명으로 추산된다.

<국비교수 지정구상>
그러나 현재 교수「스카웃」의 가장 아픈 문제는『있는 교수도 서울에 뺏긴다』는 현실. 젊은 층이 새 출발로『뼈를 묻겠다』그 와도 박사학위만 받으면, 또 서울에 자리만 있으면 모두 올라가 버리고, 해외박사들도 마찬가지다.
서울에서「스카웃」돼 지방으로 온 교수들이 2,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서울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어느 교수는 서울이 유혹했다기보다『지방대학의 보수적 분위기가 쫓아냈다』고 말한다.
교수들의「서울행」에 맞선 대책으로 많은 지방대학에선 서울의 교수들을 초빙강사로 맞고 있다. 고속도로 등 교통편리로 해서 1주일에 한두번 와서 강의하는 이런 교수들은 주로 유명인사들. 전 서울대의대 나세진 교수는 조선대, 전 서울대 김성태 교수와 강주진 교수(전 국회도서관장)는 영남대에 출강하고 있다. 이들 서울초빙교수는 전국에 1백 여명 정도. 강사료가 최고 하루(3, 4시간 강의) 7만원이나 된다.
『지방대학의 분위기를 바꾸는데는 문제가 있지만 교수확보를 위해서는 지방수당이나 숙소문제 등 생활여건을 해결하는 것이 제일 급합니다.』 공주사대 민병조 학장은 결국 이러한 교수「스카웃」이 지방대학 육성책의 기본바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특히 사학에서 현재 한푼의 국고보조도 못 받는 현실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여건이 되고있다.
자칫 교수「스카웃」이 한두명의 유명인사를 모셔오는 인기전술로 될 부작용을 낳지 않기 위해서는「육성책」의 목표가 곧 지방대학의「여건」을 육성하는 길로 뻗어야 할 것이다.
현재 문교부에서도 교수의 질적 확보를 위해 국비로 교수를 양성하여 지방대학에 배정할 계획을 구상중이다. 【윤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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