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싱글로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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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무」보다「문」이 앞서는 것이 미국정치의 기본이다. 「트루먼」대통령이 백 전의 노장 「맥아더」원수를 거침없이 해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풍토에서였다.
「맥아더」는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그러나 군복을 벗으면서「라이프」지에 기고했던 글을 보면 그의 불만은「문무」의 문제가 아니었다. 해임이 되기까지의 결정과정을 불쾌하게 생각했다.『「트루먼」씨는 어떤 문초나 심문도 없이 준열한「즉결처분」을 내렸다』고 그는 술회했었다.
『군인은 다른 모든 국민보다 평화를 기원한다. 그는 깊은 상처와 전쟁의 상처를 앓으며 참아야하기 때문이다.』
「맥아더」의 말이다. 그는 전쟁에서의 승리에 도취하는 군인이기보다는 영구한 평화를 갈망하는 장군이었던 것이다. 근자「싱글로브」장군의 퇴역 소식은「맥아더」의 지난 일을 다시 회상하게 만든다. 「싱글로브」는 주한미군의 장성이었지만 우리에게는 도무지 낮선 군인이었다.
바로 l년 전인 지난해 5월, 그는 주한미군의 철수계획을 비판한 것이 화근이 되어 본국으로 소환되었다.『충분하고 정확한 자료의 뒷받침도 없이 미군철수를 결정한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그는「카터」정책에 반기를 들었었다.
요즘 중성자탄문제로 다시금 그는 입바른 소리를 했던 모양이다. 어느 대학의 ROTC생도들 앞에서『미국이 중성자탄 생산을 중단한 것은 마치「카드」놀이에서 자신의「카드」를 상대방에게 내 보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싱글로브」의 직언들은 바로 미국 초대 대통령인「워싱턴」의 고사를 생각하게 한다.
『전쟁에 대비하는 것이 평화를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싱글로브」의 생각도 바로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철저하고 빈틈없고 거만한 듯한 자신감은 결국「권고사직」으로 끝나고 말았다.
외신을 보면 그에겐 부여될 수 있는「전상혜택」마저도 거부되었다.6개의 빛나는 훈장 두 차례의 부상, 35년간의 복무는 국가의 위로도 받지 못한 채 끝나 버렸다.
뼈있는 군인이 뼈있는 직언을 할 수 있는 미국사회는 세계 모든 민주시민의 선망을 자아 낼만 하다. 규격화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의 굳은 머리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로 보인다.
그러나 그를 해임시켜 버릴 수도 있는 것이 미국인 것 같다.
다만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이역에서 우리의 평화를 위해 어려운 직언도 서슴지 않았던 그의 강직한 우정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다. 그는 보람있는 직업을 보람있게 끝낸 사나이 같아 보인다. 「굿·바이」! 「싱글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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