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에 박힌 듯이 일률적인 기자의 질문, 생생한 현장 살려주는 답변 기대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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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다른「미디어」와 비교할 때 TV 「뉴스」가 갖는 가장 큰 강점은 역시 「생생한 현장감」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카메라」와 녹음기가 곧 자신의 눈과 귀를 대신하고, 사건 당사자를 만난 방송기자가 바로 자신이 궁금해하는 것을 풀어 줄 것을 바란다.
신문기자에게 문장력이 필요하듯 방송기자에게 좋은 화술이 요구되는 것도 이런 때문이다.
한데 녹음 취재를 위해 던지는 질문을 보면 누구나 다 아는 기정사실이어서 하나마나한 물음이 적지 않다.
한 예로 가뭄 취재를 하면서 『가뭄이 심하지요?』하는 뻔한 질문은 퍽 궁색하게 들린다.
질문자가 자신이 의도하는 답변을 강요하듯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하는 식도 거슬리며, 질문 속에 이미 상대방의 답변을 가로채고 있는 경우도 흔하다.
○×문제 시험지처럼 『네』『아니오』만 듣기 위해서라면 현장을 찾는 수고의 의미가 없지 않을까. 시청자는 기자의 직업적 달변보다 서투른 대로「생생한」사건 당사자의 말을 듣고 싶어한다.
일요일 밤의 외화가 없어지면서 TV에 등장한 국산 영화는 애초의 의도나 기대와는 달리 「우리 것」에 대한 실망과 혐오감만 들게 하고있다.
MBC가 『일요 초대석』이란 이름으로 매주 일요일 낮에 내보내고 있는 방화들은 철저하게 시청자들을 무시한다.
우선 우리 영화가 아직도 이 정도의 밑바닥 수준에서 헤매고 있는 건지 비관스러울 만큼 한심한 작품들만 용케 골랐다.
둘째 「시네마스코프」를 TV에 맞추는 기술적 처리를 하지 않아 화면상의 모든 물체가 늘어지고 찌그러진 채 비가 줄줄 오는가 하면, 화면과 음향이 전혀 맞지를 않아 줄거리조차 쫓아가기가 힘든 형편이다.
들리기로는 방송국이 국산 영화 1편을 사들이는데 30만원. 1편 당 광고료 수입은 5백만원 선이라니 더욱 놀랍다.
지난주는 TV 「드라머」속에서 마저 천대받던 가정부역이 3국에서 나란히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특기할만한 주였다.
16일 MBC 『제3교실』의 「깨순이」(이숙 분)는 긍정적인 가정부상을 보여줌으로써 어릿광대 역에 머무르던 가정부역의 고정관념을 깼다는데 뜻이 컸다.
TBC의 새 매일극 『강남 1번지』에 역시 가정부 복순이로 등장한 문지현은 여러 의미에서 많은 기대를 걸게 하는 연기자다. 「드라마」와 함께 아직은 많은 부분이 미지수지만 명문 고대의 수석 졸업생이란 「타이틀」이 의심스럽도록 두메 산골 화전민 소녀에의 완벽에 가까운 변신이 우선 경이롭다.
20일 KBS무대 『토끼와 포수』의 또 다른 가정부 소녀 박영귀도 「그 얼굴이 그 얼굴」에 식상해 온 「드라머·팬」들이 한 가닥 기대를 걸어볼 만한 「좋은 떡잎」으로 보인다.
이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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