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삼성 넓어지는 전쟁터 … 이번엔 음원 스트리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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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너무나 소중하다. 우리의 심장은 음악으로 채워져 있다.”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이 28일(현지시간)한 말이다. 음원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업체 ‘비츠뮤직’과 고급 헤드폰 제작사 ‘비츠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한다는 사실을 발표하면서다. 애플은 30억 달러(약 3조원)란 거금을 치를 예정이다. 애플이 했던 인수합병 중에 최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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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츠는 2006년 힙합 가수 닥터 드레와 음악 프로듀서 지미 아이오빈이 함께 만든 회사다. “컴퓨터와 저질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참기 힘들었다. 그걸론 우리가 만든 음악을 온전히 전달할 수 없었다”(지미 아이오빈)는 이유에서다. 비츠에서 만든 고성능 헤드폰은 300~400달러 높은 가격에도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도 수영선수 박태환이 경기 직전 끼고 나오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애플의 관심은 비츠가 갖고 있는 스트리밍 사업에 쏠려 있다.

 쿡의 발언은 과장이 아니다. 망해가던 애플을 살린 건 음악이다. 2001년 휴대용 음악 재생 기기 ‘아이팟’을 출시하며 기사회생했다. 음악시장이 그만큼 돈이 된다는 얘기다. 성공에 취했던 애플은 실수를 하고 만다. 음원 다운로드에 집중하면서 스트리밍 시장을 우습게 봤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전 세계 스트리밍 산업 총 매출은 2010년과 비교해 세 배나 증가했다. 전체 음원시장에서 다운로드가 67%, 스트리밍이 27%를 차지하고 있지만 추월은 시간 문제”라고 분석했다. 프랑스·이탈리아·스웨덴에선 스트리밍 비중이 다운로드보다 높다. 현대증권 김철영 연구원은 “현재 한국 전체 음원시장에서 스트리밍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로 올 1분기를 기해 다운로드를 뛰어넘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부랴부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튠스 라디오’를 출시했지만 이미 늦었다. 아이튠스 인기가 시들면서 아이폰 관련 콘텐트의 입지까지 좁아졌다. 인수합병에 돈 쓰길 꺼렸던 애플은 전략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30억 달러에 달하는 인수 가격을 두고 너무 비싸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그런 지적에 CNN머니는 “애플이 깔고 앉아있는 현금이 1590억 달러인데 그 정도는 푼돈”이라고 맞선다. 덕분에 닥터 드레는 이달 초 애플 인수설이 흘러나왔을 때 밝혔던 것처럼 ‘힙합 가수 최초의 억만장자(Billionaire)’가 됐다.

 삼성과 애플은 스마트폰에 이어 스트리밍 시장에서 2차전을 치르게 됐다. 삼성은 올 3월 미국에서 스트리밍 라디오인 밀크뮤직을 출시하며 도전장을 냈다. 밀크뮤직은 삼성전자가 미국 음원서비스업체 슬래커와 손잡고 내놓은 서비스로 1300만여 곡을 200개 스테이션(채널)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한 달에 10달러(약 1만200원)를 내면 구글 플레이 뮤직에서 음악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게 했다. 출시 약 1개월 만인 지난달 음원 다운로드 건수가 40만 건을 넘어섰다.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장(사장)은 “아직은 밀크뮤직의 성공 여부를 말하기에는 극히 조심스러운 시작 단계”라면서도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스크린이 더 큰 태블릿PC 등 삼성이 만든 모바일 기기에서도 삼성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밀크뮤직은 미국 시장에 먼저 출시돼 애플 아이튠스뿐만 아니라 구글이 지난해 5월 출시한 스트리밍 서비스 ‘구글 플레이 뮤직 올 엑세스’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서비스 출시 직후인 올 3월 초 연내 밀크뮤직의 국내 시장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현숙·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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