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지방 문인들 독자 문학권 형성 움직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영남 지방의 문학을 하나의 독립된 문학권으로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부산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제까지의 지방 문학은 중앙문단과 거의 유리된 상태에서 소규모의 동인지를 발간하는 것으로 그쳤는데 최근 부산에서 경남·북 지역 전체 문인을 포용하는 남부문학회가 발족되어 본격적인 계간지 「남부문학」을 창간한 것이다.
문단에서는 이 「남부문학」의 태동을, 20세기초 미국 문학의 가장 커다란 움직임으로 평가되는 『남부 「르네상스」』에 비교되는 「큰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학평론가 김윤식씨(서울대 교수)는 『이들의 활동 여하에 따라서는 소위 중앙문단에 도전하는 강력한 문학 세력이 될 것이며 한국 문학사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윌리엄·포크너」「로버트·펜·워런」「캐더린·앤·포터」 등을 중심으로한 미국의 『남부 「르네상스」』가 「퓨지티브」(도망자)라는 문학지를 발판으로 싹트기 시작했음을 감안할 때 계간지 「남부문학」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이와 같은 중요성을 절감하고 「남부문학」은 77년 한햇동안 실험적으로 4차례 발간할 만큼 치밀한 준비과정을 거쳤다.
권일송 김규태 김성홍 박항식 신동집 이형기 최승범 최정석 최해군 허만하씨 등 중견 이상 10명의 문인들을 기획위원으로한 「남부문학」은 창간호부터 그 성격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즉 첫째, 남부 문인들의 작품 발표의 공동광장이 된다. 둘째, 남부 지역의 자치적 문인 배출 기관이 된다. 셋째, 향토문학 발전의 촉진 기관이 된다는 것.
남북전쟁 이후 남부의 암담한 현실, 패전의 울분을 토로하기 위한 방편으로 태동했던 미국 남부문학과 같이 특별한 문학적 목적 의식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영남 지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남부문학운동은 충분히 주목을 끌만한 문학적 움직임이 될 것 같다.
현재 부산 지역에는 김정한 이주홍씨 등 원로 문인이, 대구 지역에는 김춘수 신동집씨 등 중진 문인이 활약하고 있으며 영남 지역을 통틀어 문인의 수효는 전국 문인의 10% 정도인 1백50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어 이들이 단합된 힘을 과시하는 경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문학권을 이룰 것이 틀림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