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지면적의 잠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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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지면적이 해마다 줄고 있다 한다. 최근 농수산부 집계에 의하면 지난 연말 현재 농경지 면적은 논이 1백30만3천 정보, 밭이 92만8천 정보, 합계 2백23만1천 정보로 76년 말의 2백23만8천 정보에 비해 7천 정보가 줄었으며 70년에 비해서는 무려 6만7천 정보의 감소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6만7천 정보라면 여기에 논을 푸는 경우 2백여만 섬의 쌀을 수확 할 수 있는 면적이다.
농경지면적이 이처럼 계속 감소추세를 보이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시가지·공장·도로 등으로 계속 잠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조사 분석한 국토이용현황에 따르면 도시지역이 전체 국토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6년의 6.9%에서 75년에는 11.2%로, 공업단지는 0.04%에서 0.16%로, 도로는 1.6%에서 1.8%로 각각 늘었다.
반면 경지면적은 같은 기간 중 23.3%에서 22.7%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경제의 산업화와 우리사회의 도시화추세를 반영하는 것이지만 문제는 산업화·도시화 추세에 편승한 이 같은 경지의 잠식을 방치해서 좋을 것이냐 하는 점이다.
우리 나라는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로 되어있어 경지의 면적이 협소한 것이 특징인 동시에 경제개발에 커다란 애로가 되고 있다.
영국이 전 국토의 77%, 「프랑스」가 60.3%, 「이탈리아」가 58.5%, 그리고 서독과 미국이 각각 54.7%, 46.6%를 경지로 이용하고 있는데 대해 우리 나라의 경지면적은 국토의 22.5%에 불과한 실정이다.
식량자급율이 75%를 넘지 못하고 매년 3백여만t의 식량작물을 수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만큼 경지의 보존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도 이 같은 사정을 통감하고 72년에는『농지의 보전과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청,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경지면적이 해마다 줄고 있다는 것은 가볍게 보아 넘길 문제가 아니다.
물론 우리가 공업화에 의한 고도성장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산업기지·공장건설을 위한 어느 정도의 농경지 잠식은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공장건설에는 동력·용수·교통 등 입지조건이 중요하며 농지보전을 위해 산업시설의 건설을 포기 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의 외연적 팽창을 방치·조장함으로써 빚어지는 농경지의 훼손에는 아무런 명분도 찾을 길이 없다.
경지를 이용하는 경우 도시계획의 입안자나 행정 당국자는 훨씬 일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당장 편하다고 안이한 길만을 택해 밭을 깔아뭉개「빌딩」을 세우고 시가지를 만든다면 산지 개발이나. 간척사업으로 농경지를 넓혀나가는 의의를 어디서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간척공사로 1정보의 농지를 조성하는데는 6백 만원, 산지를 개발하는데는 1백30만여원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그렇다면 불가피한 도시 확충을 위해서는 가급적 산지를 깎아 시가지를 만들고 가꾸어온 농경지는 제대로 보전하는 것이 국가 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겠는가.
관계자들의 심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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