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제주 「서예연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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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예라면 으레 영문서예를 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제주에서는 푸대접받아온 한글서예가 선풍적이다. 국민학교 교사들로 시작된 이 모임은 어느새 중·고교와 대학에까지 번지고 있다.
74년5윌에 발족한 제주한글서예교육회는 맨 처음 신도영씨(44·초대회장·제북교교감)의 제의로 발기됐다.
『한글은 우리글이고 자랑스런 문화유산인데 이 글을 「예」로서 다루기는 겨우 국민학교 학생정도죠. 그나마 서예하는 선생이 있을때 한해서 일부만 가르치는 실정이었지요.
그래서 우리 글을 「예」로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교육자 훈련이 절실히 필요해 시작했습니다』
신교감의 발기취지다. 회원은 도내 국민학교 교사 1백여명. 평소에는 거리와 시간관계로 한데 모여 수련하지 못하지만 여름과 겨울방학때를 이용, 연간 2회 제주시에서 1주일쯤 연수회를 가져 서로 평가하고 우수작품은 전시회를 열어 기량을 비교하고 일반에게 한글서예에의 인식을 불어넣고 있다.
이 연구회에선 해마다 한번씩 제주도네 국민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실기대회를 열어 한글서예의 보급을 꾀하고 있다.
서예실기대회를 처음 연 지난74년11월에는 겨우 5백40명이 참가했는데 2회(75년11윌)에는 제주시에선 제북교, 북제주군에선 한림·금뇌, 남제주군에선 서귀포·대정·성산등 6개지역에서 열어 9백20명이 참가했다. 3회(76년3월13일)에는 초·중교학생으로 범위를 넓혀 4백82명이 참가, 최고상은 세화국교 6년 정승훈군과 제주여중2년 김인숙양이 차지했다.
지난해11윌에 열린 대회에는 고교상까지 포함시켜 무려1천4백명이 참가해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한글서예에 대한 지도자가 이 연구회 회원들에 의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며 그만큼 전체 학생들의 수준도 향상되고 있음을 뜻한다.
77년 실기대회의 입선작은 4백72점이며 최고상은 세화국교2년 민경희양과 제주제일고2년 문봉선군이 차지했다.
이회의 회원들은 도내 미술전시회 서예부문을 비롯해서 문화제등에서 입상을 휩쓸고있는 형편.또 학생들은 전국대회에 진출하여 단체우승과 개인상을 적잖게 받고있다.
『이와같이 전국을 휩쓴 실력은 그동안 숨은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한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이며, 이 서예연구회의 활발한 활동이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신회장은 말하고 있다. 【제주=엄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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