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항법사 송환도 빠를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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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련정부는 현지에 억류하고있는 KAL기 김창규 기장 등을 관례를 벗어나 어쩌면 빠른 시일 안에 석방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모스크바」주재 일본기자들은 관측하고 있다. 일본시사통신의 「사이또·요시가즈」(재등량화) 주「모스크바」특파원은 기자와 24일 가진 전화대담에서 『김 기장 등의 석방시기를 정확히 점칠 수는 없지만 국제여론과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김 기장의 영공침범사건을 가능한 한 빨리 처리, 김 기장을 석방시킬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KAL기 사건에 대해 소련, 특히 「모스크바」시민들은 사건발생 이외의 것은 전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기자와의 전화대담 내용이다.
-KAL기 사건에 대해 소련시민들은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있나? 신문·TV의 보도태도는 어떤가?
▲사건발생 첫날밤 「타스」통신이 보도한 것 외에 소련 시민들이 아는 바는 전혀 없다. 「타스」통신기사는 불과 20행이고 이 기사를 다음날(현지시간 22일) 조간신문에서 그대로 실었을 뿐이다. 조간신문 기사의 크기는 모두 작고 기사항목도 10행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소련시민들은 사건발생 이외의 것은 전혀 모르고 있고 알 수단도 없다.
-소련정부는 KAL기 사건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처리할 것으로 보는가?
▲강제착륙현지에서 영공침범을 조사하기 위해 조사특위를 구성하는 것은 관례다. 앞으로 원인규명에서부터 석방문제에 이르기까지의 이번 사건이 해결 될 때까지 소련정부는 주의 깊게 다룰 것으로 본다.
-KAL기의 총격사건에 대해 일본「매스컴」은 소련당국의 과잉방위라고 보고 있다. 현지에서는 어떻게 보고있는가?
▲「타스」통신의 보도 이외에는 전혀 사건경위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총격사실도 서방기자들은 본사와의 연락을 통해 알고 있으며 일반시민들은 총격사실자체를 전혀 모르고 있다.
-김 기장 등의 석방시기는 어떻게 전망하나?
▲영공침범 사건의 경우 소련은 매우 엄격히 다루고 있지만 국제여론과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어쩌면 「스무드」하게 처리될는지도 모른다. 북괴를 고려, 오래 끌 수도 있다고 생각되나 결과는 미국의 개입강도여부에 달려있다고 본다
-서방기자들은 이 사건을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보도하고 있는가?
▲각 서방보도기관은 모두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미스터리」 「잘모르겠다」는 태도였다.
그러나 사건현황만 보도할 뿐 논평은 삼가고있다.
-소련이 일본을 제치고 미국과 직접 교섭하고 있는 이유를 어떻게 생각하나?
▲소련은 일본을 상대로 하고 싶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 소련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한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나라는 일본보다 미국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문제」에 대해 소련은 미국과 교섭하고 싶어하는 것이 자연적인 현상이다. 또 구원기를 보내는 등 이번 교섭에서 사건발생지인 「무르만스크」가 지리적으로도 미국이 가깝기 때문에. 미국과 교섭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번 KAL기 사건은 국교관계가 없는 나라사이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해결됐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총격 문제는 아직 남아 있으나 사건발생 3일만에 원만히 해결됐다는 것은 인도적 입장과 정치적 입장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생각한다. 북괴의 대미접촉 추진 등을 고려한다면 억류돼있는 김 기장 등도 빨리 석방시켜 한국에 대해 별다른 적의가 없음을 표시할 가능성도 일단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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