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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희비… "끊임없는 보완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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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랜 진통 끝에 발표된 정부의 수입 자유화 1단계 조치는 예상대로 각계의 반응이 교차되는 파문을 던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1단계 조치에 대해 국제화 추세의 우리 경제가 불가피하게 건너야 할 「강」으로 비유했으나 비가격 경쟁 요소 등으로 충격파가 적지 않을 것을 우려, 각별한 보완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다음은 각계의 반응을 간추린 것이다. 【편집자주】
▲김적교씨(한국개발연구원·경박)=수입 자유화 폭의 확대는 불가피한 추세이며 특히 비경쟁 원자재는 매우 늦은 감이 있다. 다만 문제는 가격 경쟁력은 있으나 성능면에서 외국에 뒤지는 일부 기계류 예컨대 농기구 등의 자유화는 시기적으로 문제될 수 있다. 소비재의 경우도 대체로 무난하나 최근의 국제경쟁력이 고전적 비교 생산비 요인보다는 소비자 선호라는 또 다른 측면에 지배받고 있어 관세를 통한 보완으로 지나친 충격을 흡수하는 일이 긴요하다.
▲이승윤 의원(유정)=만성적인 국제수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던 우리 경제가 수입 자유화의 단계에 실질적으로 돌입했다는 사실은 우선 기쁜 일이다.
자유화 조치를 계기로 국민 생활의 질이 향상되고 산업의 합리화가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일본이 외국의 강압에 못 이겨 자유화 조치를 취했던 것에 비해 우리는 사전적 자주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현명하다고 보겠다.
다만, 수입 자유화가 소폭이나마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명목적」이어서는 곤란하다고 본다.
▲이중재 의원(신민)=정부가 뒤늦게나마 수입 자유화 정책을 과감히 추진하려는 자세를 갖는데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1차 대상 품목에서 농수산물 중소 기업 제품·고급 사치품 등이 제외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다만 아직까지 국제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없는 몇몇 품목이 들어 있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고 본다. 수입 자유화 정책과 더불어 관세 정책의 과감한 쇄신 작업이 요청된다.
▲박세근씨(대한상의 이사)=우리 경제의 여건에 비추어 볼 때 1단계 자유화 조치가 취해진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다만 우리나라의 산업 정책에 대한 기본 방향이 설정된 후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나 관세 실효율과 같은 기본적인 측정 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채 자유화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원칙의 문제가 결여된 감이 없지 않다.
▲김영우씨(전경련 이사)=대외 지향적인 개발 전략이 불가피한 우리 경제의 입장에서 보면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수입 자유화 정책은 건너가야 할 강으로 본다.
자유화 정책은 우리 경제의 운영 기조를 가격 기구를 통한 기업 경영 전략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며 이에 따른 외환 관리·자본의 자유화 등 보완 대책이 따라야 할 것이다.
특히 앞으로 자유화 추진 과정에서는 관민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임동승씨(무협 이사)=이번 조치는 우리나라 산업 정책사에 큰 전환점이 되리라 본다. 안이한 보호에서 벗어나 국제 경쟁에 견딜 수 있는 촉진제가 될 것이며 기업의 대응력 여하에 따라 기업으로서의 계속 존속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수입 자유화가 국제화에 있어서 불가피하게 겪어야 할 단계라는 점을 감안하여 앞으로도 계속 적극적으로 이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며 동시에 자유화 대상 품목과 시기 선정에 있어 기업의 적응 능력에 대한 면밀한 검토들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심원택씨(대우중공업 사장)=소비재는 우리나라가 이미 많이 발전되었고 경쟁력도 갖추고 있으므로 수입 개방으로 품질 향상·원가 절감에 의한 값싼 물건의 공급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계류 중에서는 국제경쟁력이 약한 품목이나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아 국내 업자가 생산을 계획 중에 있는 품목이 들어 있는 것 같다. 이런 품목의 수입을 개방하는 경우 해당 업계는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은 분명한 만큼 적절한 보완 대책이 따라야 할 것이다.
▲남궁석씨(삼성전자 이사)=근본적으로 완제품의 수입 자유화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국가경제 전체의 입장에서 수입 개방이 불가피하다 해도 완제품에 앞서 부품이나 도금·금형 등 기초 기술의 도입 자유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부품 수입은 묶어 놓고 완제품 수입을 터놓는 것은 국내 업자의 발을 묶어 놓고 경주시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또 우리가 아직 생산 단계에 들어가지 못한 제품은 수입을 자유화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연호씨(한국유리 이사)=한마디로 난감하다. 첫째 우리 제조 공법이 뒤떨어져 외국 제품과 품질면에서 경쟁이 안되며, 둘째 유리가 장치 산업이어서 생산 조절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심한 「덤핑」경쟁이 우려된다.
국내 생산 능력은 연3백50만 상자인데 지난해 판매량은 2백50만 상자였다. 일본만 봐도 연간 생산 능력 6천만 상자, 국내 판매 4천만 상자로 최소한 5백만 상자는「덤핑」으로 라도 처리해야 되는 실정이다.
▲최문기씨(쌍룡 기획담당 상무)=수입을 자유화한다는 기본 방향은 좋으나 이번 조치는 지나치게 과감했다고 본다.
외환 사정이 좋아졌다고 하나 무역수지는 아직 불균형 상태에 있고 국내 산업의 경쟁력도 아직은 취약한 부분이 많다. 따라서 수입 자유화를 시험적으로 해 나가면서 그 효과와 영향을 보아 단계적으로 범위를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아직 국산 냉장고보다는 외제가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영식씨(삼양식품 상무)=식품 업계의 관심이었던 「라면」이 수입 자유화 된 것을 환영한다. 일본「라면」의 경우 1백g에60「엔」(소비자 가격·한화 1백30원)으로 비싼데 반해 우리 제품은 1백20g에 45원이어서 가격경쟁이 유리하다. 질도 거의 같은 수준이어서 개방 직후는 설사 기호 식품으로 외제가 범람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면에서 자신이 있다.
다만「라면」을 독과점 품목에서 풀어 주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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