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 TV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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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주에는 TBC-TV가 연속 방영한 외화『뿌리』가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 일으켰고 어디서나 온통 화제의 대상이 되었던 것 같다. 신랄한 비평으로 정평이 나있는 「뉴욕·타임스」마저도 『TV사상최대의 「이벤트」』라고 격찬했다는 사실이 충분히 납득이 가고도 남음이 있었다. 백인들의 잔학성은 모든 시청자를 전율케 했고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자유」에 대한 강렬한 갈구와 처절한 절규는 모든 시청자로 하여금 벅찬 흥분과 감동에 휩싸이게 했다. 그리고 흑·백인간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그린 이러한 대작을 제작할 수 있고 방영할 수 있는 미국의 여건이 놀랍기도 하려니와 무척 부럽기도 하다.
시청자들 중에는 간혹 한 두편 놓친 사람도 많을 것 같고, 한번 더 봤으면 하는 시청자도 상당수 있으리라 짐작된다.
적당한 시기에 재방송할 필요가 있다고 보며 이「프로」만큼은 또 재탕한다고 투덜댈 시청자는 없을 성싶기도 하다.
○…KBS-TV의 『실화극장』「시리즈」는 『유럽특급』을 시발점으로 무대를 해외에 옮겨 「프로」의 대형화와「베어리에이션」을 꾀한 것은 일단은 바람직한 기획으로 간주될 수 있었다. 『유럽특급』이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었던 「프로」였다고는 할 수 없으나 첫 시도였던 만큼 그런 대로 흥미를 끌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방영중인 『밀림지대』(매일 밤 9시40분)는 두 번째 해외「로케이션·프로」인데다가 상당한 호평을 받았던 『연락부』의 작가와 연출자가 다시 「콤비」가 되어 제작 된 만큼 보다 향상된 「프로」가 기대되었으나 진일보 된 점을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스토리」나 등장인물의 성격설정 등이 특색이 없고 「린치」나 「납치」등의 사건은 진부한 느낌을 줄 따름이다. 해외 「로케이션·프로」라고 해서 시청자가 무조건 흥미를 가지리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 아닐 수 없다.
○…MBC-TV의 『청춘만세』(금·밤 7시25분)는 처음 출발 당시엔 젊은 시청 층에게 상당한 관심을 끌게 했으나 날이 갈수록 퇴색해 가는 것 같다. 젊은 남녀들에게 「건전한 사귐」을 권장한다는 당초의 취지가 과연 얼마만큼이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일까? 젊은 남녀의 결혼을 알선하는 단순한 「중매장소」로만 되어서는 안될 것이며 또「남녀의 만남」 이 그렇게 공개장소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건지 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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