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민속공연은 역시 시골이라야… 지방순회중인 송범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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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매년 지방공연을 다녀야 더욱 힘이 솟는 것 같군요. 우리의 숨결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거든요.』
한국민속예술단을 이끌고 부산에 온 송범씨(52·국립무용단장).
벌써 파릇파릇 새싹을 내보인 가로수를 쳐다보며 『이 봄에도 바쁘기만 하다』고 봄나들이를 설명한다. 지난 22일부터 대구·부산·광주·전주·대전·춘천을 거의 매일 옮겨가며 순회공연에 바쁜 송 단장은, 그러나 우리무용에 열광하는 관객들의 표정 속에서 피로를 푼다.
『3, 4년전만 해도 우리고유 무용들을 별로 환영하지 않았었는데 이젠 달라졌어요. 우선 관객이 옛날 노인층에서 요즘은 대학층으로 넓어졌지요.』
탈춤·판소리·학춤·승무·살풀이 등 우리 전통무용을 엮어 그가 만들어낸 무용극 『마음속에 이는 바람』, 1시간30분의 싱그러운 무대가 부산시민회관을 메운 관중들에게 훈훈한 봄바람을 안겨준다.
『우리 고전무용은 국내에서보다 외국에서 더욱 호평을 받고 있어요. 우리도 이제 우리의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아야겠어요.』 작년8월 유럽공연과 올1월 하와이공연에 나섰던 송 단장은 그곳 평론가들이 『세계정상의 무용단』『한국무용 만세』의 커다란 찬사를 신문에 썼을 때 30여년 그의 춤과의 생활이 그지없이 보람스러웠다고 했다.
『모든 전통예술이 그렇지만 우리 춤도 오늘의 우리가 더욱 열심히 키우지 않으면 안돼요. 그러기 위해선 역시 무대를 아끼는 관객의 뜨거운 호흡맞춤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우리 춤을 찾아 흥겹게 물결치는 젊은 관객들을 바라보는 송 단장은 이 봄의 그의 여행이 이들 때문에 흥이 난다고 기뻐했다.
『봄에는 이렇게 지방공연으로 호흡을 다듬고 올 가을에는 또 외국에 나가서 흥겹게 판을 벌일 참입니다.』 1년만의 부산나들이지만 그 싱싱한 생선회 맛도 볼 겨를이 없다는 송 단장은 벌써부터 올 가을 준비에 부풀어있다. 아프리카와 남미 각국에 한국민속무용단의 무대를 옮겨 세계의 구석구석까지 한국의 멋을 펼쳐 보이겠다는 것이 바로 그에게는 봄의 희망이다. 【부산=김상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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