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공 평화협상 재개로 자민당, 격심한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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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김두겸 특파원】후꾸다·다께오 일본 수상이 중공과 일·중공 평화우호조약 체결협상을 재개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자민당은 당내 친중공·친소·친대만파 및 각 계보간의 의견조정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72년9월 다나까 수상 당시의 일중 공동성명으로 국교가 정상화된 후 후꾸다 정권까지 5년반 동안 자민당 내에서 평화조약 체결문제는 신중파·적극파로 양분되어 어느 정권도 결단을 내리지 못했었다.
국교정상화로 조약체결의 서막만을 올려놓은 다나까 전 수상이 조약체결에 적극적임은 물론이지만 당내에서 비둘기파로 친중공쪽인 미끼 전 수상도 미야자와·고사까(이상 각 외상)를 내세워 조약체결에 노력했으나 진전이 없었다.
결국 친대만 세력을 이루고있는 자민당내 매파 총수인 후꾸다 수상이 결단을 내리는 아이러니에 이르렀다.
세력이 미비한 친소파가 조약체결에 반대하고 있지만 나다오·후지오·다마끼 등 후꾸다파와 세이란까이 등 이른바 친대만파인 아시아문제연구소 멤버 등이 신중론자들이다.
후꾸다 수상이 이같이 조약체결에 관한 당내의 세력이 여러 갈래인데도 결단을 내린 것은 정확한 계산에 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은 물론 여론이 타결 쪽으로 집약되어있어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후꾸다 수상도 고립될 수밖에 없다.
또 대만에는 장경국씨가 총통에 취임했고 장개석 전 총통의 3주기인 4월5일이 지난 후 타결되면 의리는 최소한 지킨 셈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큰 덩어리는 후꾸다 수상의 정치적 계산에서 찾을 수 있다.
취임 후 1년반 「경제의 복전」이 불황과 엔화 시세급등으로 『떨어진 후꾸다 수상 값』을 어떻게 만회, 오는 가을 예상되는 자민당 총재선거에 또 한번 승리하느냐가 문제다.
정치일정으로 5월 일·중공문제 해결, 5월 중순 국회폐막, 7월중 선진국회의 참석, 그후 2개월 큰 이슈가 없는 기간에 국회를 해산, 총선을 할 수도 있다.
일·중공문제가 타결되면 후꾸다 수상으로는 최초의 큰 업적이 될 수 있다.
또 경제문제에서 대일비판이 들끓는 판에 일·중 타결은 대일비판의 눈을 이 문제로 돌릴 수 있다는 득도 있다.
후꾸다 수상은 한손에 일·중공문제, 한손에 자위대 강화문제를 내세워 심판대에 오를 각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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