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예산 편성지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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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재정적자요인의 제거와 정부기구확대 억제 등을 골자로 한 79년 예산편성지침은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재정부터 어려움을 감수하겠다는 결의로 받아들이고 싶다.
재정의 지출억제·양곡기금의 운영개선·정부기구 및 증원억제 등은 막상 실행하기가 무척 어려운 일들이다. 더우기나 물가고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봉급 인상률을 15%로 억제하겠다고 했으니 대단한 각오라 생각된다.
해마다 안정기조를 강조하면서도 정부부문에서 오히려 통화를 증발시켜오다가 내년부터 기필코 균형을 기하겠다는 것은 만시지흠이 있으나 지극히 옳은 방향이다.
금년에도 명목상으론 예산이 균형으로 짜여있고 또 그렇게 인식되고있으나 실지론 양특적자에서 약 6천억원의 적자요인을 안고 있다.
금년들어 2월까지 이미 3천억원의 통화가 정부부문에서 늘었다. 해외부문의 통화증발로 정부부문에선 환수작용을 해야함에도 오히려 더 늘리고 있으니 최근의 통화격증은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인플레로 인한 세수호조에도 불구하고 지출이 더 많아 정부부문부터 적자를 내고 있으면서 긴축으로 안정기조를 정착화하자는 말이 무슨 설득력을 갖겠는가.
내년 예산편성지침의 방향에 대해선 조금도 이의가 없지만 이것이 액면대로 선뜻 믿기지 않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예산편성지침엔 세세년년 안정기조 견지가 강조되지만 실제 예산의 편성·집행은 그것이 준수되지 않는 사례를 너무나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과 같이 세출이 경직화되어 있는 재정구조에선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이 얼마나 힘드는 것인가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재정적자문제를 계속 방치하면서 물가안정을 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든 선택을 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재정지출은 끝없이 팽창되려는 속성이 있다. 때문에 총재정수지에선 적자가 전망되는데도 일반회계에서 조금만 세입초과가 나면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관행을 거듭해 왔다.
남 부총리가 24일 세계잉여금으로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대신 양곡기금적자를 메우고 3천억원의 양곡증권을 발행하는 등 양곡기금 운영개선 4개 방안을 시행하겠다고 했으니 이에 기대를 거는 바이다.
재정적자는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서독의 경제성장 및 안정법에선 호황 때 재정흑자가 나면 이를 평형기금으로 적립해놓았다가 불황시 재정적자를 메우는데 쓰도록 강제화하고 있다. 한국도 재정흑자가 나면 한은차입금을 갚도록 예산회계법엔 규정되어있으나 실제론 이것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재정부문의 통화증발을 없애려면 서독과 같은 평형기금제의 도입과 그런 운용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여당측에서 재정여유금 계정의 설치를 건의한 것도 같은 발상에서 나온 것 같다.
현재의 통화·물가정세를 볼 때 재정균형을 내년부터 기하겠다는 생각부터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수입자유화 확대, 외무예치제 실시 등과 아울러 재정부문에서도 어떤 획기적인 균형조처를 필요로 하고있다고 판단된다.
물론 그런 조처를 실행에 옮기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인플레를 잡으려면 불가피한 일인 것이다.
해외부문에서 통화를 흡수하던 과거와, 해외부문 때문에 통화가 증발되는 지금과는 재정운용에 있어서도 큰 변혁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내년 예산편성지침도 그것이 희망의 나열에 끝나지 않고 운용면에서 실제 반영되도록 거듭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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