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보호단체의 법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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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비자보호운동의 일환으로 여러 소비자단체가 통합하여 사단법인 소비자단체연합회로 발족키로 되었다. 정부도 2천만원의 예비비를 지출하는 등 이에 대한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한다.
이러한 소비자단체의 육성·보호는 가격상승에 대한 소비자의 대항력을 길러 물가억제에 일조를 기하자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된다.
소비자들의 자위기능은 소비자권익 보호와 가격조절에 큰 영향을 발휘할 수 있다.
구미 등에선 민간의 자발적 소비자조직이 대기업에 대항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여 이들의 조직적인 활동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조화와 견제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나라에도 소비자단체가 없는 것은 아니나 강력한 메이커에 대항할 수 있을 만큼 조직적이 못되며, 또 정책적 지원도 충분하지 못한 형편이다.
따라서 이번 소비자단체의 통합을 계기로 소비자보호운동의 실질적인 강화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다만, 소비자보호운동은 소비자단체의 구성이 출발점은 되지만 그것으로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보호운동은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 소비자들의 단결된 행동, 소비자보호행정의 강화 등이 합쳐져야만 비로소 실효를 거둘 수 있다.
현재 상품에 대한 소비자정보는 매우 한정되어 있다. 메이커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광고 외엔 상품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 상품내용이 복잡해질수록 상품성질을 객관적으로 분석,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상품정보 시스팀이 필요하다. 외국에선 이를 민간소비자단체에서 직접 하는데 한국에선 아직 민간에서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공공기관에서 이를 당분간 대행하되 점차 중립적인 민간기구에 이양하는 방안이 좋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여러 유사한 상품 중 어느 것에 어떤 특징이 있으며, 과연 품질표시대로 규격함량 등이 정확한가를 알기가 어려우므로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의 단체행동권은 정확한 정보 위에서만 가능하다.
물량수급이나 품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만 소비자가 단결된 대항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의 자위권이 발동되는 과정에선 충분한 연구와 민주주의적인 결정과정이 있어야할 것이다.
다음 소비자보호 행정면에선 소비자의 불만·고발 등이 신속히 처리, 반영되도록 해야할 것이다.
현재도 공정거래법에 의해 소비자의 고발 등을 받는 제도적 장치는 되어있으나 소비자들이 이를 얼마만큼 신뢰하고 이용했었는가는 정부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다.
소비자보호운동은 생산자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정확한 정보와 합리적인 소비활동을 통해 불량한 상품은 자동적으로 추방되고, 양질의 상품은 그에 상응한 보답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자율적 정화운동을 통하여 품질의 향상발전과 가격안정 등이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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