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학력 저임금의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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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 나라 임금의 문제점은 생계비 미만의 저임이 아직도 광범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과 학력간·직종간 임금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77년9월 현재 전국 6백76만명의 근로소득자중 75·9%가 월수입 4만5천원 미만이며, 10만원 이상은 10%밖에 안 된다.
노동청 등에서 저임해소를 위한 행정지도를 펴고 있으나 구조적인 저임은 좀체로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블루·칼러 노동자들에게 대한 이러한 밑바탕 저임은 그대로 방치된 채 대졸초임 경쟁만 벌이고 있는 것이다.
72년만 해도 대졸자가 국졸자의 3·2배의 월급을 받았으나 77년엔 4·0배로 벌어졌다. 초임을 보더라도 대졸자는 중졸의 3·2배, 고졸의 1·8배를 받는다.
임금은 회사측에서 보면 비용이지만 근로자측에선 생계수단이 된다. 따라서 부가가치만으로 임금이 결정될 수는 없다. 고학력이 부가가치면에서 아무래도 저학력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과 같은 격차는 어느 모로나 정상이라 보기 어렵다.
일본의 경우 중졸초임을 1백으로 볼 때 고졸은 l백15, 대졸은 1백38선이다.
학력별 임금격차의 확대는 최근 급격한 기업팽창으로 대졸자가 일부부문에서 공급부족을 보이고, 대신 블루·칼러 단순근로자는 공급과잉상태에 있다는 경제적 요인 외에 대기업들이 대졸초임 경쟁에만 주력한다는데 이유가 있는 것이다.
광범한 저임층을 그대로 둔채 대졸초임만 첨예하게 높인다고 해서 고임금구조가 될 수 없는 것이며, 이를 고임금 고능율시대의 도래라고 떠벌이는 것은 가소로운 일이다.
생산직과 관리직의 임금격차는 학력별 임금격차를 다른 면에서 본 데 지나지 않는다.
학력별 임금격차가 이토록 심화되는데 어떻게 대학진학열의 냉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고교를 졸업하고 7∼8년을 근무해도 대졸초임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어떻든 대학에 진학하려 할 것은 뻔한 일이다.
정부에서도 학력간 임금격차 심화가 빚는 사회적 문젯점을 인식, 고학력의 관리직 임금을 가급적으로 억제하는 대신 저학력의 생산직 임금은 올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임금 가이드·라인이 임금억제수단으로 쓰이는 대신, 고학력 임금억제엔 별 구실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좀더 적극적인 정부의 조정역할이 없는 한 임금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들어 저임이 상당히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워낙 기본임금이 낮았기 때문에 인상율은 높아도 인상액은 미미하며 또 최근 들어 생계비가 급격히 상승되고 있다. 때문에 임금의 실질구매력이 크게 좋아졌다고는 보기 어렵다.
임금의 실질가치 보장을 위해서도 물가안정이 중요하다. 현재 근로자의 자위권은 정부에 위임된 상태에 있다. 정부가 위임받은 이래 임금격차가 더 벌어지고 생계비 미달의 저임이 계속 많다는 사태에 대해 한번 근본적인 반성을 해봐야 할 것이다.
임금격차의 심화는 사회적 불만 및 이질감을 고조시키는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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