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판매량의 60%를 차지|독서 풍토에 혁명…문고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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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나라 출판·독서 계에 문고「붐」이 휘몰아친 것 같다. 작년 말 중앙도서 전시관이 개관 5주년을 맞아 산출한 통계에 의하면 72, 73년 2년 동안의 서적판매 경향이 소설 류 36%, 비소설류 27%, 문고 36%인데 반해 74년 이후에는 소설 류 18%, 비소설류 22%, 문고 60%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문고본 판매량 증가 추세는 새해 접어들면서 더욱 두드러져 종로서적「센터」·동화서적 등 대 형 서점에 따르면 문고를 찾는 고객이 예년에 비해 월등하게 많아졌다는 것이다.
문고「붐」이 대체로 주기적으로 찾아 든다는 것은 미국·일본 등 외국의 예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60년대 후반기에 있었던 「페이퍼·백」의 폭발적인「붐」은 책값의 갑작스런 폭등(77%)으로 한동안 주춤했으나 최근 다시 맹렬한 기세로「리바이벌」되고 있다고 하며 일본의 경우 작년 하반기에 시작된 문고「붐」은 50년 전과 25년 전에 이은『제3차 문고본「붐」』으로 불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문고「붐」이 일지는 않았지만 70년을 전후한 전집「붐」, 최근 2,3년간의 단행본「붐」에 이어 문고「붐」이 찾아오리라는 것은 여러 출판관계자들에 의해 예견된바 있었다.
금년에 접어들면서 독자의 관심이 특별히 문고본에 쏠리는 까닭은 금년 중 모든 책값이 30∼50% 인상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문고본도 물론 책값 인상의 영향을 받겠지만 다른 전집 류나 단행본과 같은 비율로 인상되면 독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므로 문고본출판업자들은 가능한 한 현재 수준을 유지하던가 인상폭을 최소한으로 줄일 것이 예상된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도 문고본의 통계를 따로 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문고본의 발행 종수·발행 부수는 알 수 없지만「출 협」에 의하면 약50개 출판사가 문고를 내고 있으며 발행 종 수는 77년의 경우 대략 7백∼8백 종으로 추산된다는 것. 종 당 평균 5천∼6천부를 발행했다고 보면 77년 한해동안 쏟아져 나온 문고본은 약 5백만 권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금년에는 종 수·부수에서 모두 50% 증가가 예상된다. 이와 같은 숫자는 3천여 종 8천만 권을 발행한 일본과 비교할 때 대수롭지 않은 것이지만 본격적인 문고본 발행이 70년대 이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빠른 성장이라고 볼 수 있다.
저렴한 가격이 문고본 판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71년 11월부터 나오기 시작한「삼성문고」의 경우로 입증됐다. 다른 문고가 권당 2백∼5백 원 일 때「삼성문고」는 70원(현재는 1백50원)으로 보급하여 권당 평균 5만 부 이상의 기록적인 판매량을 올렸다.
책값 이외에「아이디어」도 판매량에 적지 않게 작용하여「과학신서」(전파과학사)·「세계시인선」(민음사)등 이 1백 종 내외,「미술문고」(열화 당)는 30여 종을 발행하여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
금년 들어 수십 개 사가 문고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금년의 문고경쟁은 책값·기획·판형·장정 등에서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출판평론가 한두석씨는『금년에는 문고의 변형인「신서」류가 많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전망한바 있지만 곧 첫선을 보일「중앙신언」(중앙일보), 「평민서당」(평민 사)등 문고본들은 싼 값·특이한 체재 등으로 시선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문고본의 하한선인 2백원으로 책정된「중앙신서」는 학·예술전반에 걸친 새로운 저작물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종래의 문고본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부한 주역을 곁들여 독자들이 보다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금년의 문고경향은 또 종래『문고는 국판의 반쯤 되는 크기』라는 고정관념이 바뀌어 크기에 구애받지 않는 단행본 식의 문고본이 많이 나올 전망. 따라서 대규모 출판사들만 문고를 발행했던 종래와는 달리 군소 출판사들도 상당수가 문고경쟁에 뛰어 들 것 같다.

<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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