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자산업 기술 혁신 급하다"|김완희<공 박·미「콜롬비아」대 교수· 한국전자기술연구소 고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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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의 전자공업이 몇 년 안에 연간 50억「달러」를 수출, 전체수출고의 4분의1을 차지하는 기간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
우선 우리나라의 전자산업은 시설이 뒤떨어졌고 양산체제를 갖추지 못했다. 그 위에 기술개발 및 선진기술의 도입이 늦어져 신규제품의 생산이 뒤따르지 못하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일본의 전자공업은 67년에 총 생산량이 미국의 7분의1에 불과한 39억「달러」정도였으나 76년에는 무려 90억「달러」를 넘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이 같은 급속한 성장은 생산시설의 급속한 확장, 정부의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지원, 고도의 생산성과 정밀도에 뒷받침된 것으로 그중에서도 생산시설의 재빠른 확장이 세계시장 제패의 가장 큰 요인이다.
시설이 확장되고 양산체제가 갖추어지면 생산「코스트」는 낮아지고 따라서 국제경쟁력이 강화되기 마련이다. 대체로 전자제품은 생산시설을 2배로 늘리면 생산단가는 15%가량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설확장에 의한 경쟁력 강화는 일본의 자동차나 제철업계에서도 그대로 증명되었다. 한편 미국의 전자업체들은 단기적인 수익의 저하를 싫어해 수출에 힘쓰지 않고 내수공급에만 전력을 다해 왔다.
예컨대 지난62년께 미국제「컬러」TV는 일본제보다 대당 1백60「달러」나 싸고 성능도 우수했는데 만약 그때 일본에 대량 수출했다면 오늘날 일본의 전자공업에 쫓기는 신세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산업발전과 수출을 주도하게 될 우리나라의 전자공업은 시설투자를 과감히 하고 기술혁신에 힘쓴다면 전망은 밝다.
그리고 정부는 형식적인 육성 정책을 벗어나 품목 하나 하나에 어려운 점을 해결하고 유망품목을 개발하도록 적극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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