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기시대 원시인이 영국에 나타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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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길링험 원시림(영국)=장두성 특파원】21세기의 문턱에 와 있는 인간이 시간을 뒤로 돌려 기원전 2백년의 세계를 재구성하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적어도 BBC는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BBC는 9천「파운드」(한화 약 8백10만 원)를 들여 영국 서남쪽「길링험」의 숲 속에「원시인 촌」을 세웠다. 이곳에 15명의 지원자를 모아 기원전 2백년의 영국에 살았던「켈트」족의 생활조건을 그대로 재현시켜 지난해 3월부터 금년 3월까지 꼭 1년 동안을『과거의 시간「캡슐」』속에 살게 했다.
기자가 이곳을 찾아갔을 때「원시인」들은 양털을 손으로 비벼 만든 실을 얽어맨 내의를 입고 그 위에 토끼가죽으로 만든 조끼와 노루가죽으로 만든 외투를 입고 있었다. 집은 둥근 초가집으로 짓고 그 안에 간을 만들어 침실로 사용하며 가운데 모닥불을 피워 난방을 하고 있었다. 음식은 이들이 손수 경작한 농작물을 저장해 놓고 먹고 있었으며 고기는 주로 훈제로 만들어 방안에 걸어 놓고 있었다.
이 계획을 주관하는 BBC의「프러듀서」「존 퍼시발」은 현대문명의 혜택이라고는 피임도구와 네 차례의 의사 왕진밖에 없었다고 자랑했다.
「원시인」중에는「마틴·엘피크」라는 27세 된 의사가 있었지만 이 계획의 조건 때문에 원시인 중에 병이 나더라도 20세기의 의술을 쓰지 않고 2천2백년전의 의술, 즉 약초에 의한 처방밖에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다. 기원전 2백년이면 영국에서 철기시대가 시작된 지 6백년이 지났지만「로마」군대의 침범이 아직 있기 전이어서 조잡한 철기를 쓰고 있을 때다.
그래서 이들은 도끼·솥 등을 쇠로 된 것을 쓰고 있었는데 이것은 밖에서 만들어 제공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동안 이들 스스로가 제련 술을 익혀 장신구와 간단한 도구는 직접 만들어 쓰고 있었다.
BBC는 이들의 생활을 틈틈이 촬영했다가『과거에 산다』는 제목으로 12차례에 걸친「시리즈」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고고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이 계획의 성과에 회의를 표하고 있다.「에딘바라」대학의 고고학자인「하딤」교수는 BBC가 이 계획을 추진함에 있어 고고학적 증거를 세심하게 재현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이 실험에서「과학적인 소득」은 얻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원시인」스스로도 과거의. 재현이란 측면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케이트·호세티」라는 24세 된 부인은 원시인들의 신앙심이라든가「터부」같은 것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절박하게 표현한 의식인데 20세기의 인간이 환경을 바꾼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그런 신앙을 얻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인간이 현대사회에서 보다는 원시적 상황 속에서 훨씬 더 협동적이고 우애 적 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든「원시인」들이 동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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