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본 ‘금주의 경제’] 내우외환 직면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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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호 18면

지난해 7월 취임한 임영록(59·사진) KB금융지주 회장이 퇴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전국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이하 국민은행 노조)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부문제도 해결 못 하고 갈등을 외부로 표출하는 경영진의 무능력함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잇단 경영실패의 책임 당사자인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55) 행장의 사퇴 표명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의결된 KB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건. 2000억원의 비용이 드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은행 이사회에선 의결이 이뤄졌지만, 이건호 KB국민은행장과 정병기 감사가 이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임 회장은 당시 “이사회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사들을 두둔했다.

잇따른 금융 사고에 금감원 개입 자초 내홍

명분은 전산시스템 교체 건이지만 그룹 내 서열 1위인 임 회장과 2위인 이 행장 간 누적된 불신과 불화가 터져 나온 게 사태의 진짜 원인이다. 이 행장 등은 금융감독원에 특별검사를 요청하고 법원에 이사회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겠다며 반발을 멈추지 않았다. 금감원은 현재 KB국민은행뿐 아니라 KB금융지주까지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집안싸움에 ‘외세’의 개입을 초래한 셈이다.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도 있다.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임 회장이나 금융연구원 출신인 이 행장 모두 내부 직원의 눈에는 ‘낙하산’으로 보일 뿐이다. KB국민은행에는 최근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수천억원대 부당대출 사건이나 1조원대의 금융거래 확인서 부정발급 건이 대표 사례다. ‘체격보다는 체력을 쌓아야 한다’. 임 회장의 지론이다. 취임 당시엔 “KB금융의 리딩뱅크 탈환”을 천명했었다. 임 회장이 거듭되는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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