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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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상에는 포복절도할 만한 진법·묘법들도 많다. 미「미네소타」주「파인아일랜드」시의 한 조례에는 남자는 거리에서 소(우)를 만나면 모자를 벗도록 명령한 조항이 버젓이 남아 있다.
그런가 하면 벌거숭이의 관광지「하와이」주에는「메인·스트리트」에서「비키니」차림으로 걸으면 위법이라는 주령이 있다.
이런 법령들을 그대로 지켜 나간다면「파인아일랜드」나「하와이」나 범법자 투성이가 될 것이다.
법은 결국 사람을 위해 있다. 따라서 법은 때를 따라 바꿔지게 마련이다. 아무리 좋은 법이라 해도 그 운용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악법이 될 수도 있다.
전염병예방법 및 동 시행령이라 하는 것만 해도 그렇다. 모든 법이 다 그렇듯이 이것도 자칫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가 있다.
그 본보기가 요새 충남 도에서 생겨 화제 거리가 되고 있다.
우선「유흥」과「접객」과는 엄청나게 다르다.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생각할 때 음식점·다과점·다방 등은 아무리 뜯어봐도 유흥업소는 아니다.
그러나「유흥」업소도「접객」인 것은 틀림이 없다. 따라서 양자를 굳이 갈라놓을 필요가 없다.
아마 이렇게 도 당국은 생각한 모양이다.
또「접객」이라면 종업원뿐만 아니라 여주인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니 주인이라고 해서 검진의무를 면제해 줄 수는 없다는 주장도 물론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일리만 있다고 해서 법이 요구하는 양식에 맞는 것은 아니다. 접객업소의 위생을 의한 것이라면 남자종업원들은 물론이요, 남 주인까지도 검진을 받도록 해야 얘기가 된다.
또 기왕에 전염병의 예방을 염려한 것이라면 형식적인 검진만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
접객업소의 종업원들 중에 그 토 록이나 성병보균 율이 높다는 것은 그녀들의 매춘행위가 흔하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정말로 도 당국이 신경을 써야 할 것은「검진」이전의 행위여야 할 것이다.
결국 본말을 전도한 일인 것만 같다.「하와이」주에서「비키니」단속을 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도「비키니」차림이 많아서가 아니다.
「비키니」단속의 본 뜻과「비키니」와는 이제는 상관이 없게 된 때문이다.
물론「비키니」단속법은 아직도 엄연히 살아 있다. 아무리 악법이라도 잘만 운용하면 되는 것이다.
전염병 예방법의 취지는 조금도 나쁜 것이 아니다. 그게 요새는 다시없는 웃음거리가 되어 있다. 노여움의 대상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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