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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대전 머들령 문학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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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전=박병석 기자】문학에 뜻을 품은 10대의 남녀 고등학생들의 모임이 19년 동안 꽃을 피워 9명의 기성 작가를 배출하는 등 이 지방 문학의 요람이 되고 있다.
「머들령 문학 동인 회 가 닻을 올린 것은 59년 10월9일.
예 총이 서울 비원에서 개최한「한글날」기념 전국 학생 백일장 대회에 참가했던 대전의 남녀 고등학생들이 우연히 대회장에서 만났다. 대전으로 돌아와 뜻 있는 문학지망생들을 규합, 문학「서클」을 만들기로 의견을 모으고 이 고장의 원로시인 소정 정 훈 씨를 찾아갔다.
이덕영(현 충남지사 부속실), 임선묵(단국대 교수), 송영웅(인천 박문여고 교사)씨 등을 맞은 정 훈 시인은 흔쾌히 협조를 승낙했다.
『이들 학생들의 열의는 대단했어요. 이 지방 출신의 기성 작가들이 뚜렷한 활약을 못하고 있던 때라 새싹을 기르자는 마음에서 고문 직을 맡았지요.』그 때를 화상하며 정 시인은 말한다.
동인 회 이름은「머들령」으로 결정했다.『머들령』은 대전에서 금산 쪽으로 30리 정도의 거리에 있는 험준한 재로서 영남·호남으로 통하는 삼남의 분기점이죠. 순수한 우리 말인데다 높다,
숭고하다, 존엄하다는 뜻이 있어요. 소정 선생의 대표적 시집이 이름이기도 하구요.』창립동인의 한사람인 이덕영씨의 말이다.
59년 11월5일 정 훈 씨를 고문으로 시내 고교 문학지망생 39명은 대전 문화원 강당에서 이 지방 불교 시인인 김대현씨와 신춘 문예에 당선, 문단에「데뷔」한 정씨의 큰아들 정 신씨 등을 모시고 창립총회를 열었다.
주로 정 신씨의 지도아래 월 1회씩 경기 모임을 갖고 문학공부를 하던 이들「머들령」동인 중 당시 대전고 3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임선점씨·박준수씨(재미)등 2명이 각각 60년 D일보 시조 부문과 S신문 평론부문 신춘문예에 당선, 주위를 놀라게 했다.
각종 전국 학생 백일장에도「머들령」동인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매년 2∼3회씩 19년 동안 모두 57회의「머들령 문화 제」를 개최해 오는 동안이 동인 회를 거쳐 나간 문학지망생들은 줄잡아 6백여 명이나 된다는 것.
그러나 이들 문학 지망생들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대부분 문학에서 멀어졌으나 작품을 계속 쓰고자 하는 문학 청년들이 63년「머들령」문학회를 발족시켰다.
현재 회원 15명 중 9명이 신춘문예 및 신인상에 당선, 문단에「데뷔」한 기성작가들이다.
그런데 9명중 8명이 시인이라 「충남은 시인의 고장」임을 입증해 주고 있다.
이들 회원은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1년에 한번씩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으나 수시로 서신 연락 및 시집 등을 교환하며 서로의 작품에 격려와 비판을 보내고 있다.
머들령 문학 회원증 문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사람은 다음과 같다.
임선묵(시조), 이덕영(시·시조), 채규판(시), 송유하(시), 김만식(시조), 김행수(여·아동문학), 이명자 (여·시), 송인창(시), 박준수(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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