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와 사치풍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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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 대통령도 지적했듯이 공무원이 부패하고 부유층이 사치하면 그 나라와 사회가 기운다는 것은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교훈이다.
역사적으로 한 나라와 사회의 붕괴는 대개 외부의 침략과 내부의 부패에 기인했다. 이 내외적인 원인은 독립적으로 작용한 적도 있었지만, 보통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부패로 인한 내부의 분열이 외부침략의 유인이 된 경우가 일반적이었다.「로마」제국의 분리·멸망이 그러했고, 중원의 주인교체가 대개 그러했다.
먼 외국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고구려와 백제, 그리고 최근의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붕괴의 근본원인은 내부에 있었던 것이다.
기강이 확립되어 상·하가 단결될 때는 수·당의 백만 침략군을 물리쳤던 고구려도 내부가 분열되자 얼마 안돼 허무하게 패망하고 말았다.
지금 우리는 우리의 허점만을 노리는 북괴와 대치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의 내부 분열을 기다릴 뿐 아니라 갖가지 방법으로 이를 조성하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번영을 유지하고 나라를 지키자면 국민 전체의 화기로운 단합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바로 이 국민의 단합을 해치는 여러 요인 중 가장 위험한 것이 다름 아닌 부정부패와 사치풍조라 하겠다.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일뿐더러 자본 제 사회에서 인간행위의 가장 중요한 동인이 이 부의 축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삶의 풍요를 추구함에 있어선 그 사회전체의 통념에 따른「분수」를 벗어나서는 안될 뿐 아니라, 공익과 국민경제 전반의 향상 발전과 연결되는 것이 되지 않으면 안될 것 이다.
분수를 넘는 사치를 통해 남용되는 부는 오히려 한 개인과 그 가정의 도덕적 파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부가 축적되기까지는 부를 모은 사람 자신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겠으나, 그것만으로 이것이 가능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 부의 축적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과 국가 및 사회로부터의 유·무형의 지원과 혜택 없이 어찌 그것이 가능했겠는가.
어차피 부도 어느 정도를 넘으면 자신을 위해 써 본 댔 자 그것을 다 쓸 수는 없는 것이다.
이렇게 부란 축적과정에서나 활용 과정에서나 항상 타인과의 공동작품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를 어떻게 써야 되겠는가.
자신의 삶을 풍요하게 하되 그것이 이웃에 위화감을 주는 정도여선 곤란하다.
잘 사는 사람들이 그 사회의 일반수준과 동떨어지게 사치를 하게 되면 그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상대적인 박탈 감을 심어 주게 된다.
더욱이 일부 잘산다는 사람들이 투기 행위에까지 손을 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조차 어렵게 만드는 것 같은 몰염치한 행위를 하게 되면 위화감은 더욱 심화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부자들의 경우는 부패 공무원들의 분에 넘치는 사치보다는 좀 나은 편이다. 공무원들의 경우는 위화감 정도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배신감마저 안겨 준다.
이러한 위 화와 배신감이 팽배하는 정신 풍토 아래서, 어찌 국민의 단합이 가능하겠는가.
관·민, 빈·부를 막론하고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이란 인식을 좀더 투철히 해야 하겠다.
서민들이 생활의 어려움을 참고 극복해 나가야 한다면, 부유한 사람들도 절제할 줄 알아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이렇게 서로가 조화를 중히 여기는 사회에서만 국민들의 참다운 단합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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