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계 존속여부 불명-주일 대사가 겸임 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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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스라엘」의 주한 상주대사관 폐쇄 방침은 한국의 중동진출 및 비동맹권 수교강화 정책과 깊숙이 관련된 것으로서 앞으로 미국을 사이에 두고 외교적인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 같다.
「이스라엘」측은 예산사정을 표면적 이유로 내세우고 있으나 지금까지 한국 정부의 친「아랍」일변도 정책에 대해 줄기차게 유감을 표시해온 것이 대사관 폐쇄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이스라엘」측은 그들이 지난 69년9월 서울에 상주 대사관을 설치한 이래 한국 정부에 대해 「예루살렘」에 상주 공관을 설치하도록 요구해왔지만 한국측은 지난69년 주「이탈리아」대사(당시 문덕주)가 잠시 겸임했을 뿐 아직까지 상주공관은 물론 대리 대사조차 두지 않았다.
거기다가 정부가 지난73년 외무부장관 성명을 통해 「아랍」점령지역으로부터의 전면 철수 등 「유엔」결의를 존중해야 된다』는 친「아랍」공식 정책을 표명한데 이어 최근 「아랍」강경국인 「리비아」와 영사관계를 수립하는 등 사실상 「이스라엘」측의 비위를 거슬려왔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이스라엘」정부의 조치가 한국과의 국교 단절을 전제로 한 것인지, 아니면 한국정부에 대한 불만표시로 「상주」만을 폐쇄하고 주일 대사가 겸임케 해서 외교 관계를 그대로 존속시킬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지난73년 「에너지」파동 때 막강한 「오일·파워」를 등에 업은 「아랍」국가들의 압력으로 「이스라엘」이 「아프리카」국가들로부터 대부분 쫓겨나는 불운을 겪었지만 자진 철수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후속조치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우리 정부로서는 우선 「이스라엘」의 공관 폐쇄가 한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검토해야할 입장이다.
약6백만명으로 추산되는 재미 유대인들은 미국의 정계와 재계를 상당히 장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유대인 「로비이스트」는 단일 「로비」로서는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미 의회에 행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등 유수의 미국 언론기관들은 유대계 인사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어 박동선 사건으로 인한 한미 관계의 악화도 유대인의 세계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왔었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내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정부의 이번 조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한미 관계의 진폭이 달라질 것 같다. <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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