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형화 속의 중소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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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보다 실효성이 있는 지원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수출 1백억「달러」를 달성한 우리 경제는 그 규모에 있어서나 질적인 내용에 있어 변화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 때문에 거의 중소기업만으로 구성되었던 지난날의 산업저조를 전제로 해서 만들어졌던 중소기업 육성정책이 중화학공업시대를 열고 있는 이 싯점에서 그 적합성을 유지할 수는 없다. 새로운 발전국면에 서서 앞으로 전개될 고도산업사회에 있어서의 중소기업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 새롭게 평가하고 장래 전망에 맞는 지원시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이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중소기업정책을 올바로 세우려면 무엇보다도 산업의 발달사에 대한 깊은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전체 경제의 성장, 발전과정에서 각 산업간 및 산업내 기업간에는 치열한 경쟁관계가 전개되어 한 산업이 경제를 선도하고, 다른 산업이 이를 승계하듯 산업내의 기업간에서도 기승전결의 인과관계가 이루어지기 마련인 것이다.
이러한 역사성에 대한 인식에 착오가 생긴다면 경제발전이라는 커다란 조류에 어긋나는 시책이 집행되어 결과적으로 경제발전에 저지적인 기능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소기업 육성정책은 경제발전과정에 저지적인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그런 과정에 잘 조화되고 촉진적인 방향으로 마련되어야 한다는 일반원칙이 존중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중소기업육성정책은 결국 대기업과의 관계로 추진되는 것이므로 모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극관계를 완화하고 그 보완관계를 강화한다는 명제가 충실히 지켜져야 한다.
어차피 경제성장에 따라서 대기업의 역할과 비중은 커지는 것이므로 대기업화 추세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국민경제의 대형화 과정에서 중소기업이 존립하는 조건과 존립의 수명기간에 대한 판단을 깊이있게 다뤄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중소기업은 그 기술적인 특성, 지역적인 특성, 소비의 한정성 때문에 그 존립의 의의가 있는 것이므로 그밖의 중소기업은 결국 스스로 대기업으로 성장하거나 대기업과 계열화되는 숙명적인 과정을 겪어야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일반원리와 과정은 우리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닌 것이며, 때문에 우리의 산업발전단계로 보아서 중소기업정책은 어떤 모습을 띠어야 하겠는가 하는 큰 줄거리를 먼저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 이 싯점에서 시급하다.
사리가 그럴진대,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중소기업 근대화 촉진법의 제정이나 중소기업사업조정법 및 계열화 촉진법의 개정작업은 산업사적인 안목에서 넓게 바라보는 시각을 반영하는 성질의 것이어야 하겠다.
경제의 본질적인 논리는 제도를 통해서도 막을 수는 없는 것인 만큼 중소기업정책은 본질적인 논리에 상극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조화하면서 그 논리의 부작용을 현명하게 보완한다는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므로 즙은 시야의 행정적인 차원에서 중소기업문제를 성급하게 다루기보다는 전문가들의 깊은 안목을 동원하는 장기사업으로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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