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30% 여신 35%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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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고율 투자, 고율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 보다 의욕적인 통화공급계획을 세우고 있다.
통화량 증가율 30%, 국내여신 증가율 35%를 계획한 78년도 재정 안정 계획은 그것만으로 통화가치의 안정이 사실상 매우 비관적임을 시사한다.
경제성장률을 10∼11%로 예상하는 이상 물가외 통화적인 요인은 19%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이며 이러한 통화공급을 전제로 해서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통화 당국이 통화계획을 세우는데 있어 성장률과 물가상승율, 그리고 화폐화율을 단순히 합산하는 방식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적절한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는 어떤 것이 안정이고 어떤 것이 적정 통화 공급이냐 하는 전통적인 개념을 가지고 재정 안정 계획을 논평할 수도 없다.
오히려 이 시점에서 중요한 사항은 확정된 재정 안정 계획이 계획대로 집행될 수 있겠으며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취약점은 무엇인가를 깊이 있게 검토하는 일이라 하겠다.
만일 확정된 계획 속에 숨어있는 불확실 요소가 많아 77년의 경우처럼 엄청나게 실적이 계획을 이탈하게 된다면 안정은 근본적으로 깨질 수밖에 없다.
먼저 재정이 계획대로 1천억원의 적자 요인만으로 견디어낼 수 있겠는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양곡 기금에서만 올해 적자요인이 6천억원에 이르는 것이라면 재정 증권·양곡증권을 3천억원 발행한다 하더라도 일반재정 수지 흑자가 나머지를 보전해야한다.
또 그 동안의 재정 증권 소화 실적으로 보아 3천억원의 재정 및 양곡 증권 소화가 금리유인만으로 가능하겠는지 조차 의문이다.
다음으로 국내 여신 증가로 방출되는 통화중 1조2천억원은 저축성예금으로 환수하는 계획이 적절한 것이냐도 깊이 다뤄야 하겠다. 작년 10월 이후의 저축성 예금 동향이나 신탁예금동향은 올해의 통화 환수 능력에 커다란 의문을 제기케 하고 있다.
물론 가계성 저축에 대한 부분적인 금리인상으로 사태의 악화를 당국은 막아 보려하고 있는 것이나 해당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총 예금의 10% 수준에 불과한 것이므로 비록 그 효과가 크다 하더라도 통화환수에 기여하는 양은 대단한 것이 못된다.
또 국내여신 증가액의 50%인 1조원을 차관 및 무역신용의 국내 금융 전환에 이용한다는 계획에도 문젯점이 없지 않다.
우리가 원하는 「플랜트」를 외화대부로 완전히 소화시킬 수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차관형식이 아니면 도입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라면 국내금융으로 전환시키는 계획에도 불확실 요소가 적지 않다. 만일 그 전환 계획에 허점이 있다면 외환 잉여가 계획을 크게 초과함으로써 77년과 같은 통화 증발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우기 근자의 투자동향은 이른바 유발투자 활동이 매우 냉각되어 있는 반면 독립 투자 활동이 이를 보상하고 있는데 해외 금융의 국내 금융전환 대상은 대부분 기업체가 자발적으로 수요증가를 기대해서 투자하는 유발 투자임을 고려한다면 그 전환이 순조로울 것인지에도 의문이 있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재정적자의 실질적인 억제, 통화 환수기능의 제고, 해외차입의 국내금융전환 성공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비로소 높게 책정한 통화량 증가 계획이나마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이점 세밀하게 계획을 다듬어 계획 보다 적은 통화공급으로 소기한 성장목표를 추구할 수 있도록 당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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