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978년의 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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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해는 6년만에 맞이하는 선거의 해다. 작년 섣달 그믐에는 지난 l, 2년간 우리의 정치를 그늘 지웠던 「명동사건」과 「박동선 사건」의 악몽을 극복키 위한 획기적 조치가 취해졌다.
물론 박동선 사건의 경우 한·미 양국정부간에 박씨의 도미증언이라는 절차상의 문제가 해결됐다해서 사건이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사건의 실질적인 진행은 박씨의 증언이 본격화될 이제부터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튼 절차문제의 해결로 양국 정부차원의 분쟁거리는 해소된 만큼 몇 차례의 기복을 거쳐 궁극적으로 박동선 사건의 악몽에서 벗어날 기틀은 마련된 셈이라 할 수 있겠다.
명동사건 관련자 석방의 경우 병원에 이감중인 김대중 씨를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의 형 집행이 정지되었다. 그리고 긴급조치9호 위반자 전체로 보면 작년 제헌절이래 4차례에 걸쳐 약50명이 석방되었다.
아직도 이보다 더 많은 사람이 긴급조치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중이거나, 구속기소중이다.
그렇더라도 긴급조치위반자들의 핵으로서 정치적 성격이 강했던 명동사건 관련자들의 대부분 석방조치는 국회의 「시국수습에 관한 대 정부건의」의 본격적인 실현으로서 주목된다.
주한 미 지상군철수가 본격화하고 선거가 시행될 금년은 어느 때보다도 국민의 단합과 참여, 그리고 정치적 성숙이 요구되는 만큼 이러한 조치의 뜻은 더욱 큰 것이다. 빠른 시일 안에 이러한 조치가 촉진돼 긴급조치로 구속된 모든 사람들이 국민단합의 대열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도 이 시점에서 가장 요구되는 것은 역시 정치의 성숙이라 하겠다.
더구나 금년에는 6년만에 선거를 치르게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3분의1을 선출하는 제2대 통일주체국민회의대의원 선거가 5월1일부터 6월29일 사이에 실시되도록 되어있다.
또 9대 대통령의 선거가 새 대의원의 임기가 시작될 오는 7월1일부터 11월26일 사이에 실시되어야 한다.
10대 국회의원 선거는 금년에 시행할 수도 있고, 내년에 할 수도 있다.
선거란 과거에 대한 반생과 결산, 그리고 미래에 대한 다짐이라 할 수 있다.
위정자들이 몇 년에 한번 깊이 국민을 의식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국민을 의식한다고 해서 과거와 같은 선심과 행락의 과열이 재연된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겠다.
그러나 그동안 국민을 의식하지 않았던 독선을 반성하고, 진정 국민들이 바라는 바를 파악하는 귀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그 동안 종종 행정은 있되 정치는 없다느니, 국회가 그 나름의 행동논리를 결여했다느니 하는 얘기들이 있어왔다.
정치의 성숙성과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얘기였다.
사실 국민적인 「컨센서스」를 의식하는 정치적 사고보다는 단선적인 관료적 발상이 우선했던 경우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국민의 대표기관이란 국회마저도 복합적인 국민의 이해와 여론을 여과하여 국정에 반영하는 역할보다 행정부의 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듯한 면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었다.
작년 국회의 시국수습에 관한 대 정부 건의는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모처럼의 정치력의 발휘였다.
그러나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건의의 실현은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형편이다.
선거의 해인 78년의 정치는 이 건의가 십이분 실현되는 성숙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정치인을 필두로 국민적인 노력이 경주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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