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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세계 10대 「뉴스·메이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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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흐르는 역사 속에 인물들이 명멸한다. 올해도 수많은 인물들이 혜성처럼 번쩍였고 혹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1인의 권좌로부터 사형수까지-올해의 「톱」사건과 허구 많은 화제를 뿌렸던 주인공을 찾았다. 본사가 추린 세계 10대 「뉴스·메이커」들의 울안을 풍자적으로 뒤져 1년간의 「흐름」을 재조명해 본다. <외신부>

<(1)사다트>1억의 배신자로 몰리는 「20세기의 파라오」
1억의 「아랍왕관」을 버리고 「평화의 구걸」 길을 택한 20세기 「파라오」. 네 번이나 싸운 구적 「이스라엘」을 극적으로 방문, 대포구멍 속에서 비둘기를 띄웠다. 그러나 혈맹의 전우 「아랍」국들로부터 「배신자」가 된 「77년의 인물」. 그는 중동전쟁을 종식시키고 「아랍」을 통합하는데 헌신해 왔다고 시종 주장했으나, 이번에 형제국들과 등을 지고 개인「플레이」를 한 것은 언제나 현실노선을 대변한 「마호메트」적인 행동의 선택이 아닐는지.
개인의 각광은 그를 이미 78년도 「노벨」평화상 후보로 올렸다. 그러나 수상여부는 물론자신의 정치생명과 「아랍」평화의 열쇠까지도 「이스라엘」손에 쥐어 준 격.
78년은 그에게 「아랍」의 반역자냐, 평화의 수호신이냐를 판가름 내는 해가 될 듯.

<(2)등소평>비모택동화 운동 조종하는 「유능한 고양이」
중공의 77년은 쥐를 잡는데 유능한 「고양이」가 설친 해. 모든 정책이 모택동이라는 권위의 붉은 가면을 전면에 내걸고 시행됐지만 실제로 그 홍색가면을 한 꺼풀 벗긴 모습에는「고양이 한 마리」가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 『고양이가 희든 검든간에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말과 같이 등소평은 두 번 숙청에도 되살아난 오똑이.
극적인 복권으로 중공의 제2인자가 된 그는 임금인상과 장려금 지급 등에 의한 경제건설 촉진과 계급투쟁 완화 등의 정책을 시행, 실용주의적 「주자파」라는 명성을 재확인했다.
등은 요직에 자기인물을 앉히고 모에 의해 폐지된 국가주석직을 부활, 자신이 차지하려는 공작을 꾸미는 등으로 비모택동화 운동을 사실상 조종하고 있는 실정.

<(3)박동선>재주 지나쳐 한미 관계만 흐려놓은 「곡예사」
한국의 과도기적 외교가 낳은 곡예사. 천부적인 달변과 사교술로 신분은 비록 곡물「브로커」였지만 「캐피틀·힐」(미 의회)의 친한 파에 먹물을 끼얹었다. 사교장 「조지·타운·클럽」의 주인 행세를 통해 그는 자칭 한국 주미 민간대사였고, 속수무책이었던 한국기관도 어느 정도 그를 이용하다 물린 셈.
그러나 재주꾼 박동선도 미국의 「로비」법에는 전혀 무식했던 모양. 「넥타이」 신사복에 갓을 쓴 그의 사교(?)는 드디어 「코리아게이트」 「스캔들」을 몰아왔다. 그 통에 김형욱·김상근·손호영·최덕신 등이 조국을 외면.
일본 명치유신 때의 「사무라이」 기질이라도 있다면 증언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는 그에게 「마지막 믿음」 한 가닥을 띄워보겠지만 주판에 능한 그가 어떻게 변신할는지 두고 볼일.

<(4)브레즈네프>중태설 퍼뜨리며 대권 휘어잡은 「적색차르」
소련을 10여년간 이끌어온 적색「차르」.
툭하면 중태설이 나돌지만 그는 공산주의 혁명 60주년을 맞아 「레닌」이나 「스탈린」보다도 더욱 막강한 권력을 장악했다.
특히 오랜 숙제인 「스탈린」헌법을 개정, 「스탈린」의 잔재를 일소했고 당 서기장과 육군 원수, 그리고 「포드고르니」를 축출하고 차지한 국가원수(최고회의 간부회의 의장)의 신분으로 자신을 장식.
당수와 국가원수 직의 독점은 소련 60년 사상 최초의 일.
지위 강화와 아울러 당의 정치국·서기국도 자기파 일색인 소위 「드니예프르·(그의 고향·우크라이나 지방의 1주)마피아」로 개편, 절대적인 안정체제 구축에 성공했으나 후계자 문제는 미해결의 과제.

<(5)영>좌충우돌로 말썽 양산한 「선택받은 흑인」
「카터」와의 오랜 친분 때문에 발탁된 「선택받은 검둥이」. 제3세계용으로 등용돼 「아프리카」 흑인국가들이 설치는 「유엔」을 떠맡게된 그는 오히려 「수난과 오욕의 피부색」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다변에다 험구인 그를 가리켜 『언가이디드(궤도 없는)·미사일』이라고 했다지만 「밴스」 국무는 물론 「카터」대통령 조차도 그를 조종할 수 없는 처지.
「노코멘트」가 질색이라고 떠벌리는 그는 『인종차별주의의 발명자는 영국인』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포드」 전 대통령과 「키신저」 국무. 심지어는 「링컨」대통령까지도 인종차별주의자였다고 좌충우돌.
「우간다」의 「아민」 대통령을 『「히틀러」 같은 녀석』이라면서 『뒈져 버려라』고 기도하기도. 그는 사람들이 몸을 사려 논쟁거리를 피하려는 비겁한 태도가 문제라고 큰소리. 그는 얼마 안가 탄생될 첫 번째 흑인부통령 후보 1호.

<(6)데사이>여장부 뒤치다꺼리로 골치…「제2의 간디」
쫓겨난 여장부(간디 전 수상)의 뒤치다꺼리로 골치 앓는 제2의 「간디」옹. 독립이후 30년간 「인도」를 지배해온 국민회의파의 1당 정치와 「인디라·간디」여사의 계엄통치를 일거에 청산시키고 「아시아」 중도국에서도 평화적으로 정권이양을 한 인물.
그는 생김새는 물론, 생활 방식까지 「간디」옹을 닮았다. 과거 야당 탄압으로 옥고를 치른 그는 정치보복을 않겠다던 선언을 번복, 「간디」 여사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가 법원의 석방조치로 민심만 동요시키는 시행착오도 기록.
아직도 손수 물레를 젓는다고 인도의 낙후한 산업에 조금도 보탬이 된 바 없고 「간디」여사 타도에 대동했던 제 파가 떡을 앞에 두고 다투는 현실 앞에 아무리 오줌으로 장수비법을 터득했다고 하지만 그의 앞날은 81세라는 고령만큼이나 험난.

<(7)슐레이어>정부-테러싸움에 등터진 「억울한 서독거부」
고래싸움에 목숨 잃은 억울한 거부. 서독 도시「게릴라」에 납치된 후 45일만에 「프랑스」에서 시체로 발견된 그는 잔악한 국제「테러리즘」과 서독의 대「테러」강경책의 공동제물이 됐다.
개인적으론 「테러」범들과 아무런 원한 관계가 없었지만 그의 사회적 직분 때문에 반자본주의「테러」조직의 타격 목표가 됐던 것.
가족들이 「테러」범들의 조건을 수락, 구해 내려했지만 정부의 강경책으로 손을 쓸 수 없었다. 사후 그의 죽음은 공익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게르만」적 사고로 장식됐다.
그러나 그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국제「테러」범들이 상호연계를 강화, 제2·제3의 「슐라이어」를 만들어 낼 소지는 그대로 남아있다.

<(8)마거리트>퍼스트·레이디의 자유 선언한 「현대판 노라」
유례없는 『「퍼스트·레이디」의 자유 선언』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현대판「노라」. 수상부인 노릇하기에 진절머리가 났다면서 「인형의 집」이 아닌 화려한 「캐나다」수상관저를 박차고 나와 「자유로운 사랑」을 갈구했던 28세의 미모는 「팝·송」가수「믹·재거」군과 밀애를 즐겼는가 하면 청바지 제조회사 사장과 밤새워 춤을 추는 등 염문을 뿌렸다. 「노·브라」와 짧은「드레스」를 입고 자신의 아름다운 몸매를 과시하고 싶어한 그녀는 남편의 권좌까지 흔들어 놓았지만 「한 평범한 여인의 인간 선언」으로 동정도 받았다. 남편이 수상직 떠날 날만 기다린다는 그녀는 지금 남편과 별거하면서 「뉴욕」심야 사교계의 여왕으로 맹활약 중. 「트뤼도」수상과 재결합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라스베이가스」도박사들의 큰 도박감.

<(9)카플러>부인 잘 둬 환향, 장수 누리는 「나치의 행운아」
「히틀러」부하치고는 장수와 부인 덕에 환향까지 누린 「77년의 행운아」. 「나치즘」 에 대한 향수가 「붐」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그는 「이탈리아」교도소병원을 극적으로 탈출, 고국에 돌아가 여생을 즐기고 있다.
2차 대전 때 양민 3백35명을 학살한 전범으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중 부인의 원작과 감독·연출까지 맡은 「드릴」있는 탈출극에 성공.
이 사건으로 서독과 「이탈리아」가 심각한 불화상태에 빠졌었지만 정작 놀란 것은 제3국인 「프랑스」와 소련. 「나치즘」의 피해망상에 걸린 두 나라는 「카플러」탈출과 그에 대한 서독의 보호조치를 서구에서 다시 거세게 일고 있는 「나치즘」 부활 풍조와 결부시켜 찌푸린 반응. 그러나 모국에 돌아가려는 「카플러」의 필생의 집념과 생명을 걸고 실현시킨 부인의 부덕에는 동정론을 펴기도.

<(10)길모>사형 존폐논쟁 불지르고 죽은 「비사나이」
죽을 권리를 끝까지 주장하고 죽은 미국 사형수. 세계적으로 사형제도에 관한 해묵은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키면서 36세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그는 『종신 수인생활보다는 차라리 남아답게 죽겠다』고 선언했다.
IQ120에 「지킬」과 「하이드」의 양면을 갖춘 이중성격자라는 그가 정말 사나이라면 정신병원 출신의 동거여인이 그의 변태적인 손찌검 때문에 도망했다 해서 홧김에 처제를 욕보이고 「아르바이트」 대학생을 죽이지는 않았을 것.
법정에서 스스로 「사형집행」을 요구해 화제가 되자 TV방송국이 그의 일생을 영화화하는 조건으로 50만「달러」를 제의해 억만장자가 될 뻔도 했지만 그것도 한줌의 꿈. 유언대로 그의 시체가 의학용으로 쓰여져 유종(?)을 거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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