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민·국회와 함께해야 할 대통령 담화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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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세월호 참사 34일 만에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는 4월 16일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의 역사가 바뀌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한국과 한국인에게 던진 충격이 크다. 그런 만큼 이날 박 대통령이 4·16 참사의 역사적 충격과 변화를 어떻게 수용할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동안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박 대통령의 여러 행정적 조치보다 국민의 아프고 화나는 응어리를 정면으로 껴안지 못하는 문제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박 대통령은 담화문을 사과로 시작해 눈물로 마무리했다. 그는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 국민이 겪은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시작했고 마무리에선 이번 사고로 희생된 10명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대통령 사과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이번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후임 국무총리와 내각, 청와대 인사 개편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 세월호 수습 과정이 국민을 불편하게 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참모가 없고 중간에서 자기 책임을 지고 상황을 관리할 장관들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의 원천은 인사권자인 대통령 자신에게 있는 만큼 박 대통령은 후속 인사에서 스스로 달라졌음을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다. 실패를 거듭한 ‘수첩인사’ 대신 야권까지를 포함한 폭넓은 인재풀을 가동해야 할 것이다.

 담화문에서 대통령은 정부조직법안, 공직자윤리법안, 형법 개정안 등 강력한 국가개조 혹은 행정개조안을 내놨다. 특히 해경 해체, 안행부 축소 같은 방침은 무능·부실한 공무원에 대한 징벌을 넘어 그가 소속한 기관 자체를 수술하겠다는 조치다. 해당 부서로선 수치와 굴욕이 아닐 수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안행부를 3원화하여 국가안전처, 행정혁신처, 안행부 세 개의 부서로 나누겠다는데 결과적으로 1명의 장관에서 1장관+2처장으로 관료의 밥그릇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잘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대통령 담화문에서 특별히 주목하고 싶은 건 여야,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 제정이다. 필요하다면 특검까지 도입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은 야당과 피해자 가족들이 요구한 두 가지를 모두 수용했다. 국회는 어제부터 세월호 임시국회를 연 만큼 새로운 역사를 쓴다는 자세로 진상조사위의 구성과 활동에 임해야 할 것이다. 행여 선거여론을 의식한 한풀이·망신주기·선명성 과시 진상조사가 되어선 결코 안 될 것이다. 미국 의회가 하원임기 2년에 해당하는 긴 시간을 바쳐 대통령 증언까지 청취한 9·11테러 보고서를 내놓은 점을 참고하기 바란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국회도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져야 한다. 민간을 포함한 국회의 진상조사위는 대한민국 안전 매뉴얼을 만든다는 자세로 접근해 국민의 마음에 와 닿는 결과를 남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