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폿집서 바가지 요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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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4년만에 쌀 막걸리가 선보여 술꾼들의 인기를 끌자 서울시내 대부분의 대폿집에서 쌀 막걸리 값을 1되(2L)에 정부고시가격인 2백50원을 훨씬 넘어선 3백∼4백원씩을 받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5백원씩 받는 등 바가지횡포가 늘어나고 있다.
또 몇몇 대폿집에서는 소위「끼워 팔기 작전」을 써 쌀 막걸리 1되에 시키지도 않은 안주를 끼워 팔아 매상고를 올리고 있다.
이같이 대폿집의 바가지와 판매횡포가 심한 것은 쌀 막걸리의 공급량이 수요량의 절반정도밖에 미치지 못한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탁주도매협회(회장 정춘욱·56) 가 서울의 1백15개 도산매 상을 통해 파악한 쌀 막걸리의 1일 수요량은 60만L 정도이나 서울의 10개 쌀 막걸리 제조공장에서 현재 출고되는 양은 하루 32만여L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대폿집에서는 하오 8시가 되기도 전에 쌀 막걸리가 동이나 술꾼들이 아쉬운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중구 무교동의 한 대폿집에서 직장동료와 쌀 막걸리를 마시던 남경철 씨(29·S직물 회사원) 는『한 대폿집에서 1되에 5백원씩이나 받는 쌀 막걸리를 안주1접시와 함께 마시고 나니 주인이 1되 이상은 팔 수 없다며 더 이상 팔기를 거절해 결국 지금까지 4군데의 대폿집을 돌아 4되 째를 마셨다』며『한 되에 5백원씩이나 받는 바가지도 문제지만 안주를 끼워 팔려는 얄팍한 상술이 더욱 얄밉다』고 했다.
또 중구 남창동의 한 무허가 대폿집에서는 쌀 막걸리 1되에 4백50원을 받아 여주인 김정순씨(42)가 손님들의 고발로 즉심에 넘겨지기도 했다.
한편 쌀 막걸리의 품귀상태는 대폿집 주인들에게도 적지 않은 고충을 안겨 주고 있다.
종로구 낙원동 H주점주인 김동택 씨(30)는『쌀 막걸리만 찾는 손님들의 성화에 못 견딜 정도』라며『우리 집에는 하루 한말 정도밖에 배당이 돌아오지 않아 손님들의 호감을 얻기 위해서 가끔 변두리 도산매 장으로 나가 한말에 3백여 원씩 웃돈을 얹어 주고 3∼4말씩 구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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