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속초의 설악 문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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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강원도 속초라면 대체로 문학과는 동떨어진 곳으로 생각되기 쉽지만 이곳 지식인들의 문학에 대한 열의는 그 어느 곳에 뒤지지 않을 만큼 드높다. 속초 지방의 문학에 대한 관심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 설악 문우회 (회장 윤홍렬)이다.
동인지라면 보통 2, 3년을 버티는게 고작이지만 설악 문우회가 발간하는 동인지 『갈뫼』는 이미 8집을 내어 그 기반을 굳혔을 뿐만 아니라 동인의 대부분이 중앙 문단에 진출, 속초 문학의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10년 전 설악 문우회가 창립될 당시만 해도 이곳은 문학의 불모지였으며 문학의 소외지대였었다.
그 무렵 초·중·고 교사를 중심으로 한 문학 애호가들이 이 모임을 발족시키자 문학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차차 높아지기 시작했고 첫 사업으로 동인들의 주머니를 털어 동인지 『갈뫼』의 창간호를 펴냈을 때는 각계에서 격려가 쏟아졌다.
이 모임은 경비 관계로 몇 차례 해체의 위기를 맞았으나 그 때마다 단결력을 과시, 훌륭하게 극복했고 조연현·이원수씨 등 중 진문인을 초청, 문학 강연을 갖는 등 지방 문단으로서의 기틀을 다졌다.
발족 무렵만 해도 동인들의 대부분은 중앙 문단에 인연을 맺지 못한 문학 지망생에 불과했으나 이 모임이 차차 기틀을 잡아가면서 「데뷔」의 관문을 돌파, 이제는 거의 모두가 기성문인이 되었다. 일간 신문 신춘 문예에 당선된 회원은 시인으로 이상국씨 (교사)·김종영씨·박용설씨 (의사)가 있고, 문학지 추천을 거친 회원으로 시인 이성선씨 (교사)·박명자씨(교사)·최명길씨 (교사)·소설가 강호삼씨 (관상대 통보관)·수필가 윤홍렬씨 (교사)가 있다.
이들 가운데 이성선·강호삼·이상국·윤홍렬씨 등은 개인 작품집을 발간하여 호평을 받았는데 특히 이성선씨의 시집 『시인의 병풍』은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문제 의식을 제기했고 강호삼씨의 소설 『산령』은 일본에까지 번역 소개돼 절찬을 받았다.
지금까지는 동인이 불과 15명이지만 이 모임은 앞으로 문호를 개방할 것이며 중앙 문단과의 교류도 더욱 그 폭을 넓혀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속초=장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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