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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경 상황실 첫 지시 … 탈출 대신 "승객 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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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월호 침몰 당시 해경 상황실이 현장에 처음 출동했던 경비정 123정에 탈출 지시 대신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안정시키라”는 명령부터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승객들에게 탈출을 알렸어야 했는데 ‘안정시키라’고 하는 바람에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이 16일 해경에서 받은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해경 TRS(주파수공용통신) 녹취록’에 따르면 123정은 지난달 16일 오전 9시44분쯤 “현재 여객선에 접안해 밖에 나온 승객 한 명씩 지금 구조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123정은 48분엔 “경사가 너무 심해 사람이 지금 하강을 못하고 있다. 잠시 후에 침몰할 상황”이라고 재차 보고했다.

그러나 상황실은 “123 직원들이 안전장구를 갖추고 여객선 올라가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안정시키기 바람”이라고 명령했다. 승객들을 바다에 뛰어들게 해 구조에 나서야 할 긴급한 상황에서 승객들을 안정시키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탈출 지시는 오전 9시57분 이후 김문홍 목포해경서장의 TRS를 통해 이뤄졌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서장은 “현장, 여기 서장. 근처에 어선들이 많고 하니까 마이크로 뛰어내리라고 하면 안 되나, 반대 방향으로… 우리가 당황하지 말고 우리 직원도 올라가서 (구조) 하고”라고 말했다. 123정이 사고 현장에 도착한 지 30분가량 지난 뒤였다.

또 해경 상황실은 오전 9시48분 123정에 “너무 과승(過乘)으로 하지 말고 안전하게 서거차도로 편승조치 바란다”고 지시했다.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하고 있던 경비정에 구조자를 너무 많이 태우지 말고 침몰 현장을 이탈해 인근의 섬인 서거차도로 옮기라고 한 것이다. 123정은 “(세월호가) 침몰할 상황”이라고 급박하게 상황을 전했다.

상황실은 오전 9시54분 이후에야 “상황을 봐가면서 최대한도로 승선원을 구조할 수 있도록 그렇게 조치바람”이라고 지시했다. 6분이 지나서야 최대한으로 태우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황 의원은 “해경 상황실은 123정에 ‘즉시 여객선에 올라타 승객을 탈출시키라’는 명령을 내렸어야 했는데 안정시키라는 엉뚱한 지시를 내리면서 우왕좌왕했다”며 “한 명이라도 더 많이 태웠어야 했는데 과승시키지 말라는 얘기가 어떻게 나오나”라고 비판했다.

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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