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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물질의 제거 처리 만으론 수질오염 완전히 막을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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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 정강여자대 학장 「모리·슈우이찌」 박사는 육수학계의 세계적인 권위자로서 국제육수학회 조직위원장이며 일본육수학회 회장이다. 「모리」박사는 지난5일 한국육수학회 초청으로 내한, 1주일동안 학회와 당면문제의 현장들을 살펴보고 본사에 다음과 같은 글을 특별 기고했다. 그 내용을 평이하게 정리, 요약해서 소개한다.<편집자주>
육수학은 육지 위에 있는 모든 수역 즉 하천·호수·늪·유지·논, 지하수·상하수도 등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자연과학의 하나로 인간생활에 가장 밀접한 환경을 연구하는 과학인 것이다.
특히 공장폐수 등 물 환경의 악화가 문제로 되고 있는 이때 육수학에서 얻는 학리를 활용함으로써 환경개선 내지는 인간환경의 향상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것이며 최근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한국에서의 자연보호운동에도 육수학이 기여하는 바는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언젠가 필자는 일본신문지상에 어느 도시의 하수처리법이 육수학의 원리상으로 보아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 일이 있었는데 그 며칠 후 해당도시의 하수처리 관계책임자가 비파호반에 있는 내 연구실로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때 지상에 지적한 내용은 그 하수처리장의 처리방법이 제2차 처리에 그치고 있어 무기물인 질소나 인이 처리되지 못하고 그대로 배수되어 호수의 오염방지나 부영양화(주=영양분이 지나치게 많을 경우 물 속의 미생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물을 부패시키는 현상)방지면 에서 볼 때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지적내용을 이해할 수 없어 직접 설명을 듣기 위해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영양화의 원리 즉 물 속의 질소나 인과 같은 영양원소의 증가에 따라 식물성「플랑크톤」이 증식되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 2차 처리에서는 물 속의 유기물은 상당히 감소시키지만 이러한 무기원소들은 그 40∼80%는 그대로 남는다는 것. 식물은 이런 원소를 섭취해서 생장한다는 것 등을 설명했다..
다시 말해 2차 처리에 의해 식물의 직접적인 증식을 일으키게 하는 영양물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것인데 기계적 기술자들은 2차 처리만 하면 하수처리는 끝나고 물은 정화됐다고 안심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처음에는 이런 육수학적 지식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일본에서는 이제는 상식화되어 있다.
그러면 2차 처리로 불충분하다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이 경우는 어떻게 해서든지 물 속의 질소와 인과 같은 무기영양 원소 자체를 제거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이 3차 처리다. 돈이야 많이 들지만 폐수가 유인되는 호수나 「댐」호 등에는 반드시 3차 처리시설을 갖춰야 한다.
현재 일본에서는 위정자들도 그 중요성을 인식해 실제로 정책에 반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 큰 호수가 없고 하천만 있어 물이 바다까지 흘러가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으므로 식물의 번식에 요하는 시간을 생각할 때 해양 오염을 고려하지 않는 한 3차 처리까지는 필요 없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국은「댐」호와 해안선을 따라 곳곳에 만입된 내만이 많다. 이런 곳에서 자라고 있는 유용생물의 보호를 위해서 이같은 문제는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환경이 어느 정도나 오염되고 있는지를 안다는 것은 보다 나은 인간환경을 찾아내는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먼저 필요한 일이다. 유황·「암모니아」·수은·질소·인등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는 화학분석에 의해 가능하며 이는 누구나 생각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육수환경을 진단하는 경우 이런 화학적 방법만으로는 곤란할 경우가 많다. 환경은 단시간에 크게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나 어떤 공장 경영자는 사람들의 감시가 미치는 낮에는 충분히 처리된 배수를 내보내지만 밤에는 폐수를 그대로 방출시킨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화학분석만으로는 그 실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서 등장하게 된 것이 생물지표를 사용한 수질 판정법이다.
말할 것도 없이 생물은 환경상태가 적합한 범위에서만 생존할 수 있다. 그 범위는 비교적 넓은 것도 있지만 비교적 좁은 것도 있다.
이 좁은 생존허용범위를 가진 생물이 있냐 없냐에 따라 어떤 수역의 환경상태를 추측할 수 있다.
이런 생물을 환경지표 생물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스페로티루스」라는 「박테리아」는 심하게 오염된 수역에만 살고 「에디오뉴드리」과의 하루살이는 맑은 물에서만 서식하는데 이것들이 바로 지표 생물이다. 이 방법으로는 악덕사업주가 존재할 여지는 없다.
또 이 생물지표를 사용해서 여러 수역의 오염정도를 분류해서 오염도를 색별한 간단한 지도를 작성할 수 있다. 한국에서 어느 정도나 그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우선 인구의 3분의2를 지탱하고 있다는 한강과 낙동강에 대해 이런 작업이 철저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바이다.
그 지도에는 이들 하천의 수원지인 강원도부근에는 오염되지 않은 수질을 표시하는 색이 칠해지고 하류의 도시를 통과하는 부분에는 오염된 수질을 표시하는 색이 칠해질 것이다.
수질정화의 대책은 우선 상류에서 시작해 점차 하류에 미치게 되면 사람들은 해가 경과함에 따라 맑은 물의 수역을 표시하는 색의 범위가 확대되는 것을 보고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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