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처음 보는 73㎡형? … 틈새 평면으로 소비자 파고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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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대구 달성군 다사읍 북죽곡 엠코타운 더 솔레뉴에 청약한 박모(53)씨. 75㎡형(이하 전용면적)과 84㎡형을 두고 고민하던 박씨는 75㎡에 청약했다. 두 주택형의 평면이 같은 데다 방도 각각 3개라 가격이 조금 싼 75㎡형을 선택한 것. 청약 접수 결과 75㎡형은 1순위에서 4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박씨는 탈락했다. 반면 84㎡형 경쟁률은 75㎡형의 절반 수준인 21대 1이었다. 박씨는 “84㎡형도 경쟁률이 높아 당첨됐을지 알 수 없지만 75㎡형이 이전에 못 보던 크기라 관심이 없어 당첨 확률이 높을 줄 알았는데 놀랐다”고 말했다.

요즘 아파트 분양시장엔 새 평면·설계 바람이 거세다. 성수기를 맞아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주택업체가 저마다 자체 개발한 평면·설계를 앞세워 고객 확보에 나섰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전에 보기 힘들었던 크기의 틈새 주택형이다. 이전까지 아파트 주택형은 59㎡형, 84㎡형, 114㎡형 등이 이른바 ‘기본형’으로 통했다. 최근엔 73㎡형, 93㎡형 등 새로운 크기의 주택형이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70~75㎡ 분양물량은 2010년 이후 3년새 7배 정도 늘어 지난해 1만8600여 가구가 공급됐다. 95~100㎡도 3배 가까이 증가해 지난해 6400여 가구가 나왔다. 같은 기간 기본형인 80~85㎡형은 되레 공급이 16% 정도 줄었다.

 호반건설이 6월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하는 위례 호반베르디움(1137가구)은 전 가구가 97㎡형이다. 이달 말 대우건설이 경기도 하남시에 내놓는 미사강변 2차 푸르지오(1066가구)도 사실상 전 가구인 1062가구가 93㎡형, 101㎡형이다.

가격 부담 적은 틈새 주택형

이들 틈새 주택형은 정형화된 크기보다 가격 부담이 적은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예컨대 73㎡형은 84㎡형보다 공급면적이 13~16㎡ 정도 작다. 3.3㎡당 분양가가 1000만원이라면 가격이 4000만~5000만원 정도 싼 셈이다. 반면 설계 발달로 실사용 면적은 별반 차이가 없다. 발코니 확장 보편화 등으로 서비스 면적이 넓어졌기 때문. 평균 가구원 수가 2.7명(2010년 기준)으로 줄어든 것도 이유다. 틈새 주택형 중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70~75㎡에는 84㎡ 형은 크고 59㎡형은 작다고 느끼는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또 한때 줄어들었던 방 개수가 요즘 많아졌다. 1~2인 가구 증가, 핵가족화 영향으로 평균 가구원 수가 줄어들면서 한동안 새 아파트엔 방이 많지 않았다. 132㎡대 이상 중대형도 방이 3개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택 수요자의 다양한 공간 활용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방 개수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가족 구성원 수가 3명이라도 부부를 위한 침실, 아내를 위한 옷방, 남편을 위한 서재, 아이를 위한 놀이방 등 방이 4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포스코건설이 이달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도시에 분양하는 미사강변 더샵 리버포레 89㎡형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알파룸’까지 방이 4개다. 98㎡ D타입은 방이 총 5개다. 포스코건설 신연섭 분양소장은 “단순히 방 개수만 많아진 게 아니라 각 가족 구성원을 위한 개별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자체 개발한 신평면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집 크기가 작은 중소형도 예외는 아니다. 반도건설이 이달 경기도 평택시 소사벌지구에 선보이는 소사벌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74㎡형은 중소형인 데도 알파룸까지 방이 4개다. GS건설이 이달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에 분양하는 한강센트럴자이 84㎡ A·B타입도 방이 4개다.

저층부 특화 디자인 선보여

이는 설계기술 발달 덕이다. 이전에는 2베이(전면에 방-거실 구조)나 3베이(전면에 방-거실-방 구조)를 적용했던 중소형에도 85㎡ 초과 중대형에나 볼 수 있었던 4베이(보통 전면에 방 2개-거실-방 구조)를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베이 수를 늘리면 아파트 전면과 후면의 길이가 길어지고 서비스 면적인 발코니를 들일 수 있는 공간이 커진다. 여기에 복도 등 활용도가 크지 않은 공용 공간을 간소화하고 효율적인 동선 처리로 ‘숨어 있던’ 공간을 살려내 다양한 용도의 ‘룸’(Room)을 조성할 수 있는 것이다.

 다락방이나 지하실, 테라스 등 특별한 공간이 있는 평면도 속속 나온다. 대부분 저층이나 최상층 가구에 적용된다. GS건설은 별도의 지하실을 만들어 주거공간을 활용하거나 테라스, 다락방 등을 적용한 저층부 특화 디자인을 내놨다. 이들 공간도 전용면적이나 공용면적에는 포함되지 않는 서비스 면적이다. SK건설 설계팀 김한수 부장은 “설계기술이 발달하면서 주택 수요자의 구미에 맞는 평면 등이 속속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택업체의 새 평면이나 설계 개발에 대한 노력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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