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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관리상의 구조적 모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내균형과 대외균형에 대한 정책적인 선택문제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경제정책은 결국 경제동향에 대한 자신 있는 판단을 내리지 못한데서 비롯되고 있다.
10월중의 경제동향만 보더라도 경제동향을 어떻게 평가해서 대처해야할 것인지에 대해서 명확한 .판단자료를 얻기 힘들만큼 혼미하다.
수출이 월간 10억「달러」를 돌파했다는 사실은 기록적인 일이라 하겠으나 10월까지의 수출실적 상위기업 20개 사의 수출내용은 76년보다도 어쩌면 불안해지는 내용일 수도 있다. 즉 상위20개 사의 수출실적중 하순위 기업은 76년 실적보다도 떨어지고 있는 반면, 상위 몇 개 회사실적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경기와 수출의 지속성에 문젯점을 드러내는 증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수출이 일반적으로 늘어나기보다는 대부분의 수출상에게는 수출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시급히 점검해봄직 하다.
다음으로 국내여신은 줄고, 통화량은 늘어나는데 물가는 안정 내지 하락하고 있다는 지표가 무엇을 뜻하는 것이냐 에도 깊은 분석이 가해져야할 것이다. 국내여신의 감축이 1백68억원에 불과한데 저축성예금증가 규모는 월평균 8백여 억원 수준에서 4백80억원으로 갑자기 줄어들었다.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저축성예금과 대출을 상계한 규모가 국내여신 감소규모 보다 크다는 것이며, 때문에 실질적으로 월간 2백 억원 이상의 순 추가대출이 이루어졌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또 재정수지가 흑자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향후 수개월 안에 방대한 규모의 추곡수매 자금의 방출이 불가피한 이상, 연말까지는 재정이 통화증발부문으로 대기상태에 있음을 고려할 때 그것이 잠정적인 현상이지 결코 본질적인 것은 될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도매물가가 월중 0.3%밖에 오르지 않은 반면, 소비자물가는 0.3% 떨어졌다고 하나, 추곡대풍에 따른 쌀값하락을 제외한다면 물가가 계속 강세임을 물가지수가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연율로 통화량이 50%선이나 늘어나는데 연내에 물가가 10%선밖에 오르지 않는다면 결국 물가요인은 내년으로 이월되는 것이지, 연내에 오르지 않았다고 물가의 통화 적인 요인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연말물가 억제목표가 지켜지느냐, 그렇지 못할 것이냐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못된다. 오히려 축적된 물가요인이 어느 수준에 이르고 있느냐, 그리고 그것이 언제 실제물가로 반영될 것이냐 만이 경제적인 관심의 대상이 될 뿐이다. 이러한 심리적 요소의 현실적 반응이 바로 다름 아닌 투기자금의 부동현상인 것이며, 투기현상이 계속되는 한, 화폐가치에 대한 신뢰도는 물가지수와 관계없이 계속 떨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임을 주목해야 한다.,
어차피 오늘의 통화정세는 해외부문에 대한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적절히 수습되기 힘드는 것이며, 그러한 구조는 78년에도 크게 변화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러한 통화증발압박에도 불구하고 KFX수입을 실질적으로 늘리는 증거가 보이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KFX수입과 수입 인증 실적사이의 괴리를 축소시키는 노력을 서두르는 빛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움직임이 없는 한 지금 배태되고 있는 통화관리상의 구조적모순은 78년에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며, 때문에 물가의 통화 적인 요인이 계속 축적되면 되었지, 완화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통화가치 안정의 중요성을 부인하려하지 않는다면 대외균형과 대내균형문제를 본질적으로 다뤄야할 뿐만 아니라, 통화물가의 인과관계로 보아 투자·성장·무역·외환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해야 하겠다는 성실한 자세가 불가피하게 요청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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