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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느긋하게···" TG "번개같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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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동양의 김진 감독은 지금 최고의 지도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러나 김감독도 한때는 검증 안된 '풋내기'였다.

코치 시절, 어쩌면 영원히 깨지지 않을 최다연패 기록(32연패)을 남겨 해고 위기를 맞기도 했다. 자신을 눌러 이름을 얻으려는 TG 전창진 감독의 도전을 받은 김감독의 마음이 편치 않다.

김감독과 전감독의 농구는 뿌리가 같다. 고려대.삼성 등 대학.실업 명문 출신으로 당대의 지략가인 이인표.김인건씨의 지도를 받았다. 김형년.진효준.임정명.김현준 같은 스타 코치들의 성공과 실패도 지켜보았다. 자격 유무와 관계없이 도제 방식으로 지도자를 기르는 풍토 속에서 자라났다.

흔히 전감독을 '선배들 덕에 출세한 주무(主務)출신'으로 이해하지만 김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김감독이 박광호.최명룡 감독 아래서 좌절을 맛봤듯 전감독도 최종규.김동욱 감독 아래서 실패를 경험했다. 같은 경험을 해본 상대는 이기기가 쉽지 않다.

두 감독의 승부를 예상하려면 휘하를 봐야 한다. 김감독은 자신의 농구를 완벽히 이해하는 '친위대장' 김승현과 김병철, 여기에 '무조건 이기고 본다'는 진정한 용병(傭兵) 마르커스 힉스를 거느렸다. 얼 아이크.박훈근.박재일 등은 이 같은 팀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다.

반면 전감독은 '무조건 충성'을 다짐하는 허재.양경민.김주성 등 용산고.중앙대 출신의 '심복'들에게 둘러싸였다. 데이비드 잭슨.리온 데릭스는 그다지 '충성심'이 강하지 않지만 외국인 선수를 군기잡는 데 능한 허재가 움켜쥐고 있다.

지친 선수들을 이끄는 전창진 감독은 시리즈를 단기전으로 몰고가려 한다. 그러나 신중하기 짝이 없는 김감독이 쉽게 속전속결 전략에 말려들 리 없다고 예상한다.

결국은 끊임없이 의표를 찔러 김감독의 마음을 흔들어 볼 수밖에 없다. 김진 감독은 "조심만 하면 될 것 같다"고 각오를 대신한다. 전력의 우세를 확신하는 것이다.

두 감독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점이 있다. "첫판에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특히 TG는 절박하다. 첫 스트라이크를 넣으면 볼 두개 정도는 여유가 생긴다. 첫 경기를 놓치면 동양이 순식간에 트로피를 낚아채 가는 최악의 단기전이 돼버릴 가능성이 크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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