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초하루 새벽 일본 꺾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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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새벽 한국이 승전보를 쐈다.

2004년 처음으로 열리는 축구 한일전에서 한국은 일본에 3-0으로 완승했다.

22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벌어진 제3회 카타르 도요타컵 23세이하 친선대회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전에서 한국은 시종 일본을 압도하는 경기내용을 보이며 전반32분 조재진의 선제골과 후반 14분 최태욱, 36분에 최성국이 한골씩을 더해 3-0으로 승리하며 결승전에 진출했다.

전반 선제공격으로 킥오프한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채 1분이 안되어 조재진이 위협적인 슛을 시도하는 등 적극적인 경기를 보여줬다. 5분경 한국과 일본의 볼 점유율이 각각 65%, 35%로 나타난 것에서도 올림픽대표와 대학선발팀간의 경기흐름은 어느정도 예상됐다.

첫 골은 헤딩으로 시작했다. 전반 32분경 박규선이 일본 진영 우측에서 수비를 교란하며 들어가 2~3명을 개인기로 제치고 반대편으로 차 올려준 공을 조재진이 기다렸다는 듯이 강한 헤딩슛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이후 한국의 공격은 한층 매서워졌다. 첫 골에 힘입은 듯 한국은 빠르고 정확한 패스로 일본 진영 공간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며 쉴 새 없이 공격을 시도했다. 이에 일본 수비진은 허둥대는 모습이 눈에 띌 정도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을 1-0으로 앞선 한국은 후반에 들어서도 계속 공격을 주도했다. 후반 14분경 최성국이 공을 몰고가다 일본진영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에서 일본선수의 발에 걸려 얻어낸 페널티킥을 최태욱이 차 넣어 추가골을 뽑아냈다. 이어 36분경에는 최성국이 직접 골을 넣어 일본의 기를 꺾었다.

이날 경기에서 볼거리는 '세배' 세리머니와 '독도는 우리땅!' 세리머니였다. 전반 조재진이 선제골을 성공 시키자 선수들 모두 일렬로 서 한국 응원단에 단체로 세배를 했다. 음력 1월 1일 설날 첫골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한편, 페널티킥을 얻어내고 3번째 골을 성공시켜 사실상 2골을 따낸 것이나 다름없는 최성국은 속옷에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문구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요즈음 한국과 일본간에 독도영유권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갈등에 대한 의식을 강하게 표현한 세리머니였다.

하지만, 이날 일본팀은 대학선발팀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기뻐하기만 할 경기내용은 아니었다.

먼저, 기습적인 공격 한번에 골문 앞까지 뚫려버리는 수비 헛점을 여전히 지우지 못했다. 전반 25분, 26분경 일본은 거의 골로 연결될만한 슛이 한번은 골키퍼 김영광의 선방에 막히고, 또 한번은 골 포스트 위로 살짝벗어나 득점에 실패했다.

둘째, 볼 점유율은 앞섰지만 유효슈팅 비율에서 일본에 현저히 뒤졌다. 전반 30분경까지는 한국과 일본이 각각 0/5, 2/3 후반 36분경까지는 4/13, 3/5로 일본팀이 한국에 비해 더욱 정확한 슛을 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셋째, 경기 후반 5분 정도를 남기고 계속해서 상대편의 공격을 막지 못해, 골로 연결될 수도 있는 슛을 허용해 오점을 남길 뻔 했다. 이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경기를 마칠 때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모습이 아쉬웠다.

김호곤 감독은 계속해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보여 이러한 대표팀의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대변하는 듯 했다.

한국은 오는 24일 새벽 노르웨이를 1-0으로 물리친 모로코와 대회 우승컵·상금 50만불을 놓고 맞붙는다.

Joins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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